김종석 기상청장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더위를 염제(炎帝)가 기승을 부린다고 말하며, 여름 더위 위력을 표현했다. 여기서 염제는 여름의 신을 뜻하며, 태양의 신인 동시에 농업의 신으로도 불린다. 

부쩍 오른 기온을 보니, 이제 염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껴진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극심해진 폭염이 염려되는지 벌써부터 언론에서 폭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2018년 우리는 '폭염'으로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내야 했다. 폭염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며 과거에 가장 더웠던 1994년의 기록을 경신하였다. 각 지역에서 최고기온을 경신하였으며, 전국 평균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31.5일, 17.7일로 모두 1위를 기록하면서 길고 긴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또한, 작년에는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1959년과 역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해마다 더욱 강력해진 여름을 맞이하는 기상청은 끊임없이 기상기술을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해 위험기상이라는 창(槍)으로부터 국민의 안녕을 지킬 수 있도록 방패(防牌)를 준비하고 있다.

창(槍), 창끝이 뾰족할수록 더 세밀해져 핵심을 찌르는 공격력이 높아진다. 이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기상이 더욱 극심해지고 빈번해지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아무리 세밀한 창도 그에 걸맞은 방패(防牌)를 준비한다면 완벽하게 막진 못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 예보는 관측자료로부터 수치적 계산을 통해 미래 대기 상태를 추정하고 예보관의 역량을 더해 예측하지만, 관측자료의 오차와 날씨를 예측하는 모델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날씨를 예측하는데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최근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변화, 위험기상이 더해지면서 예측은 쉽지가 않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점차 예리해져 가는 위험기상이라는 창을 대비하기 위한 단단한 방패를 준비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최적화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천리안위성2호를 통해 밀도 있는 기상정보를 생산 등 날로 예리해져 가는 위험기상에 대해 방패의 내구성을 높이는 기상기술을 연마하고 있으며, 기상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기상서비스를 실현해가고 있다. 

이렇듯 기상청에서는 국민의 모든 삶에 영향을 주는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기존 일 최고기온으로 운영되었던 폭염특보를 기온과 습도를 고려하는 더위체감지수를 활용한 체감온도 기반의 기준으로 변경하였다. 이렇게 되면 낮은 습도에서는 현재 온도보다 덜 덥게 느끼고, 높은 습도에서는 더 덥게 느끼는 것과 같아 실질적인 피해 영향 경고 시 좀 더 체감적인 정보여서 보건, 산업 등 각종 분야에서 재해 예방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태풍진로·강도 예측 기술개발을 통해 기존 태풍의 이동경로와 발달 경향 정보와 더불어 올해부터는 지역별 비와 바람의 위험 시점(시작·최대·종료)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날씨 정보에 좀 더 편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통체계도 개선하였다. 기존 TV, 라디오를 넘어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하여 위험기상을 실시간 알려주는 '기상청 날씨알리미'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앱은 사용자 위치의 기상특보, 지진·지진해일, 긴급 기상알림 등을 강제 푸시(Push) 알림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위험기상 시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상서비스들과 기상기술의 발전은 방패를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하여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계절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여름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위험기상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므로 우리는 더욱 많은 준비와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기상청은 염제(炎帝)가 보내는 날카로운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견고한 방패로 맞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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