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융복합관광센터장·논설위원

높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초고층 랜드마크로 나타난 것은 문명사적으로 틀린 얘기가 아니다. 경외감의 상징이었던 영산(Holy Mountain)은 피라미드를 시작으로 구자라트, 탑, 신전, 성당, 그리고 다양한 공공건물로 진화했고, 산업화 이후엔 '마천루 저주'에도 아랑곳없이 국가와 도시들마다 높이 경쟁을 가속화했다. 

두바이에선 아무도 길을 잃지 않는다. 사막위의 랜드마크인 은빛 바벨탑 '부르즈 칼리파' 때문이다. 랜드마크(landmark)의 원래 의미가 '돌아올 제자리에 대한 표식'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정 건물이나 상징물, 동상 같은 조형물을 지칭한다. 이제 도시의 랜드마크는 높이 경쟁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고, 접근하기 쉽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경제효과로 그 가치가 발전하고 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맨몸으로 올랐던 '부르즈 칼리파'의 124층 전망대의 엘리베이터 사용료는 300디르함(약 96,000원), 매년 2000만 명 가까이 찾는다고 하니 전망대 가치만 최대 10억 달러, 국내 시공사였던 S건설의 공사대금이 12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축구장 60배 크기의 쇼핑몰을 비롯해서 최고급 호텔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높이와 신규 건축물만이 랜드마크의 조건은 아니다. 스페인의 한물간 수변도시 빌바오를 살린 건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티타늄 소재의 기하학적인 건물로 '현존하는 20세기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매년 1000만 명의 관광객과 수천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해리포터가 마법학교 호그와트행 기차를 기다리던 플랫폼 9¾이 있는 킹스 크로스(King's Cross) 기차역은 지역 빈민촌의 상징에서 전체 면적의 40%가 공원과 광장으로 재탄생하며 영국 런던시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압권은 높이와 넓이를 통합하여 2010년 오픈한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다. 기존의 상업·업무시설과 연계하여 조성된 이 곳은 호텔, 컨벤션, 럭셔리몰, 테마공원, 카지노사업 등으로 한 해 3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막대한 일자리와 국세 창출 등 싱가포르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했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여전히 한라산이고 성산일출봉이고 거문오름, 용암동물이다. 단지 시간을 앞당기고 도시로의 접근성을 높이면 제주 랜드마크의 시작은 신혼여행의 성지였던 서귀포 중문단지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제 국내 최초 도심형 복합리조트를 지향하는 드림타워가 기대와 우려 속에 개장을 앞두고 있다. 기대감은 자연관광에 치중해 있는 제주관광의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를 반영한다. 1년 내내 각종 볼거리를 쏟아낼 분수광장과 포디엄 미디어 파사드, 그리고 전망대가 제주 야간관광의 명소가 되고, 다양한 레스토랑과 쇼핑몰이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의 도심 취향을 저격하고, 향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따른 중국 개별관광객의 카지노 재방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드림타워 개장으로 호텔, 카지노사업 등 상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지방과 중앙정부의 세수 증가, 그리고 일자리 등 부가가치 창출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축가의 임무는 외관을 스케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의 랜드마크는 지역정체성(locality)이다. 지역정체성은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사람이 그 곳에 있고, 그 사람들을 배려하며, 사람들이 할 일이 있는 의미 있는 '장소(place)'에서 출발한다. 제주 도심경제 전반에 활력을 가져올 드림타워의 경제효과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