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익 취재2팀 기자

제주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7일부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버스나 택시 등의 탑승이 제한됐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제1급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인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 승차거부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셈이다.

이에 따라 도는 도민 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달 3일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미흡한 홍보로 도민들은 정책과 관련 연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실제 제주지역 시행 첫날인 27일 현장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정책과 관련한 정보는 '깜깜이'인 상황이다.

앞서 도는 시행 전날인 26일 운수업계에 홍보 및 계도와 관련한 문서를 발송했다. 그런데도 버스 외부 안내스티커 부착 여부는 모두 제각각인데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탑승하는 일부 승객에게 별다른 제재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는 정책 시행일 오후 부랴부랴 홍보 현수막을 제작해 버스에 게시했으며 운수업계 등 관계기관과 함께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문제는 정책에 급급한 나머지 선행돼야 할 절차가 오히려 한발 늦은 홍보 및 계도로 진행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버스 내 안내방송 역시 한국어로만 적용되면서 외국인 대상 홍보에도 한계를 보이는 등 첫날부터 여러 가지 준비 부족이 노출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과 관련해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도민 혼선을 유발했다.

전국 거의 모든 매체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지난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제주지역 등 일부 지자체는 하루 늦은 27일부터 진행됐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단속은 지자체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자체와 제대로 된 협의도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이 홍보 미흡과 '엇박자' 정책 시행 등으로 인해 불편은 결국 '도민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코로나19 대응 위기 극복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지만 현재 상황이 급하다고 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국민이 이해해야 하는 정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나무만 쳐다보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니라 더 큰 숲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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