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정부, 부처간 협의 안됐다" 입장 고수
야당 "정부 입장 근거로 정치권 고민하는 것 맞다"

제주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가 대통령 공약 사항 이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데다 야당이 오히려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상황이 전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가 지난 5월 12일 열린 제377회 국회 임시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정부의 부정적 입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군사재판 무효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배·보상 조항에 대해서는 "정부 의견은 지금 과거사 사건 전반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는 포괄입법 방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여진다"며 "다만 재정 당국은 다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특례와 관련해서도 "복지부가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정부는 신중 검토 의견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획재정부 행정국방예산 심의관은 "4·3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과거사 희생자 문제가 있다"며 "정부는 그런 부분까지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찾아 제1공약으로 제주의 아픔 치유를 강조하면서 제주4·3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등 완전한 해결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며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고, 올해 추념식에도 참석해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통령 공약 사항인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도민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이었던 이채익 위원장은 "행정안전부의 입장과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발표됐다"며 "정부 입장을 근거로 해서 정치권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정부를 설득해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도민 염원인 제주4·3특별법 개정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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