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고 예방체계 강화로 국제안전도시 완성

작년 제주도 생활안전·범죄 분야 안전지수 전국 최하위권
등급기준과 산정방식 등 논란 있지만 안전기반 구축 필요
3년간 CCTV·가로등 확충 등 561억 투입…사업효과 주목 

제주는 국제안전도시다. 2007년부터 2012년, 2017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안전도시인증센터(ISCCC)로부터 3차 공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며, 2022년 4차 공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지역 생활안전과 범죄 분야 지역안전지수는 5년 연속 최하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2020년을 '밝고 안전한 제주' 원년으로 삼아 국제안전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가로등·보안등 확충 등을 통해 교통사고와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것으로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계획 추진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안전도시 구축 '먼길'

국제안전도시는 지역 공동체가 사고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사고 손상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1989년 9월 스웨덴 스톡홀롬 제1회 사고와 손상예방 학술대회에서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성명을 채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단순히 사건·사고 수치가 감소했다고 안전도시로 공인받는 것이 아니다.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는 2007년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여전히 해결과제가 산적하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9년 전국 지역안전지수' 결과를 보면 제주는 생활안전과 범죄 분야에서 5년 연속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지역안전지수는 2015년부터 매년 공개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로 나눠 1∼5등급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수준을 나타낸다.

범죄 분야의 경우 제주에서 발생한 5대 범죄 건수가 인구 1만명당 123.8건으로 전국 9개 도 평균보다 40% 많았다.

범죄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증가율은 34% 수준에 그치면서 전국 9개 도(평균 44%) 중 가장 낮았다.

생활안전 분야는 추락위험지역 개선사업 등을 추진해 추락사고가 전년보다 12.4% 줄었지만 개인부주의로 발생한 열상이 6.2% 늘어 5등급에 머물렀다.

다만 전년대비 생활안전 분야의 등급 상승은 없지만 위해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관리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지역안전지수 등급기준과 산정방식 등이 제주에 불리하게 설정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인구밀도가 높고, 음식점 및 주점업체수가 많으며, 건설업 종사자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중이 높아 불가항력으로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제주가 국제안전도시를 추구하는 이상 지역안전지수를 토대로 사고와 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시설 대폭 확충 

이처럼 지역안전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제주도는 2020년을 '밝고 안전한 제주' 원년으로 삼아 국제안전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해 10월 10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부터 3년간 561억원을 투입하는 '밝고 안전한 제주'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도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밝고 안전한 제주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CCTV와 가로등·보안등은 제주 곳곳에 설치된 버스정류장 전광등과 함께 안전한 제주를 만드는 소중한 빛이 될 것"이라며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는 도민과 관광객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생산적 투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적 관광지 국제안전도시 제주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규 CCTV 설치와 관제기반시설 확충, 스마트관제시스템 추가 도입에 185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는 도가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읍·면·동과 제주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신규 CCTV 설치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접수된 545곳 2453대를 반영한 것이다.

가로등과 보안등 확충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376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향후 3년간 매년 13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범죄예방 우려 구간과 교통사고 다발 지점에 가로등을 추가 설치하고, 노후화된 시설 전면 교체에 나설 방침이다.

도는 제주지방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회의를 통해 가로등 4772곳, 보안등 1768곳 등 6540곳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CCTV와 가로등·보안등 추진상황 등을 점검하고 평가할 총괄부서가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CCTV 확충은 제주도 안전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가로등·보안등 설치 업무는 도와 행정시 부서별로 제각각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밝고 안전한 제주' 실현을 위한 총괄부서 지정과 추진상황 점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중심으로는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안전시설이 보완되고 있지만 횡단보도는 아직도 많은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신명식 제주교통연구소 소장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횡단보도 운영 실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신 소장은 "횡단보도에 보행자용 신호등만 아니라 차량용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우회전하는 차량은 보행자용 신호등을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이 우회전하는 과정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서 보행자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며 차량용 신호등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야간에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밝혀주는 투광기도 설치해야 한다"며 "횡단보도 가까이에서 보행자를 발견했을 때 차량을 정지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간 도내 교통환경은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며 "5·16도로나 1100도로, 중산간도로 등에서 파손된 상태로 방치되는 교통시설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교통사망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만 분석해도 여전히 위험구간이 많다"며 "이런 위험구간은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나 안전운행 불이행과 같은 운전자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기 전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도로구조나 시설물 미비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도로 개설 전 충분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그는 "도로가 신설된 이후 도로 선형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도로안전시설물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면 운전자 불편과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주시 사라봉오거리와 제주항 국제부두앞 교차로, 서귀포시 1호광장, 남조로 물영아리 앞 구간, 금백조로 백약이오름 앞 구간, 절물휴양림 앞 교차로 등에 대한 선형 개선과 도로안전시설물 보완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