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학박사 전)제주감귤농협조합장/논설위원 김용호

차창 너머로 감귤나무의 자람새가 초라하고, 군데군데 고사되어 방임된 감귤원이 드문드문 보인다. 수령이 오래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리라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져 있다. 즉 밭떼기 거래가 감귤원을 황폐화시키는 선두주자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농업인들이 많을 것이다. 계통출하를 하는 감귤원은 일찍 수확되고 있어 해거리가 없고, 수확기가 늦은 감귤원은 수세쇠약으로 직결되어 2년에 한번 결실되는 감귤원이 증가되고 있다.

해거리를 경감시키고 고품질의 감귤이 달리기 위해서는 봄 가지를 활용하고 있는데 2년 마다 결실시킬 경우에는 여름가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밀감 한 개당 엽수는 3~7매로 매우 적다. 온주밀감의 엽수는 25매 정도인데 이 보다 적은 엽수에서는 광합성작용에 의한 당도생성량은 한계에 이르러 목표치를 달성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만큼 엽의 노화속도가 빨라서 탄수화물 생성량이 적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확인력이 부족하고 고령화되다보니 수고를 낮추지 않으면 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귤나무 주지의 상단부분 즉 지상 2/3 높이에서 절단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잘려나간 부분은 어린 가지들이 밀생하여 밀감이 많이 달리는 부위인데도 수확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치우친 행위가 수확량 감소, 품질 저하, 수세 약화, 해거리 등 감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하지 못한 채 즉흥적인 처사가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임을 모르고 있다.

감귤나무는 수직으로 왕성하게 자라는 습성이 있어 충분히 자란 연후에 주지를 유인하고, 측지가 기울어져야 수평으로 늘어진 가지 수가 많아서 생식생장이 활발하여 착과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성목이 되면 간벌을 해서 수관 확대를 꾀해야 한다. 간벌을 전제로 한 계획적 밀식재배를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밀감이 달릴 늘어진 가지가 잘려나가고, 높다고 하여 절단되는 봉변을 당하는 게 제주감귤의 현실이다.

고당도 감귤을 생산하려고 품종갱신을 하거나 타이벡멀칭재배 또는 하우스재배를 하더라도 농업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전문적인 안목에서 감귤나무 생육습성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데다 온주밀감 재배경험에서 비롯된 비과학적인 무분별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벌을 하고, 나무 사이 공간과 수관 내부까지 햇빛이 충분히 조사될 수 있도록 전정을 하여 봄 가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재배기술이 확보된 연후에 새로운 품종, 고도의 재배기술을 요하는 작형에 도전하는 게 순서인데도 말이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온갖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감귤산업은 쇠퇴될 가능성이 많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현장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경험에 의해서 비롯된 두텁지 못하고 폭이 좁은 지식이 늘어나다 보니 이게 진실인양 믿고, 주변의 권유에 의해 결정해버리는 풍토가 젖어 있다. 

흔히 제주에는 감귤 선생이 많다고 한다. 선생이라고 하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예를 들어 설명될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게 위와 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제에 깊이 각성해야 될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손 안에 넣고 주무르면서 주도적으로 다스릴 수가 있어야 됨에도 지식에 주도권을 넘겨 지식의 지배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이러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내 스스로 감귤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려고 분투할 적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