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논설위원

지난 6월 16일 북한의 제1부부장 김여정은 대북전단 살포의 책임을 물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겉으로 표명한 이유는 대북전단에 대한 항의이고 그 속내는 아직 알 수 없다.

우선은 제1의 권력자인 김정은이 앞에 나서지 않은 채 2인자가 전면에 나서서 군대를 움직이는 도발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매우 특이한 사항이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제1부부장이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하고 북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군대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명령을 수행하여 엄포가 아님을 증명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 대북전단을 뿌리는 탈북자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25일 전단을 날릴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있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이나 물품 살포시 강력하게 대응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원천 차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을 막지 않을 경우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지, 금강산 관광폐지, 개성공단의 시설철거에 9.19 남북군사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으니 나머지 남한과 했던 사업들을 파기하며 전쟁의 태세로 돌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17일 남북군사합의의 파기를 말하며 접경지역에 군대배치를 공식발표했다. 북한의 최전방 병력은 방탄모 착용에 대검까지 장착하며 경계태세가 바뀌었다. 그리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서울의 불바다를 거론하며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북미회담을 하던 북한은 미국에서 더 이상의 카드가 나오지 않자 우회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정부를 겁박하며 부담을 주어서 미국에 움직임을 유도할 심산이다. 북미회담에서 김정은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던 김여정에게 군사를 움직일 만큼의 파워가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며 모종의 전략을 꾸미려 그동안 느슨했던 남북의 주도권을 확인하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로 북한의 서열과 명령에 의한 군대의 움직임이 한 치의 오차가 없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언론을 동원하여 사후보도까지 하며 원색적인 비난으로 우리 대통령과 나라를 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히 유감을 표명했다. 젊은 김정은은 역대의 주석들과는 다를 것이며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계산이 모두 틀어졌다. 우리는 이들과 평화경제를 구상하고 한반도 프로젝트로 남북의 공동발전까지 계획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우리 앞에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총포를 앞세우며 발포를 준비 중이다. 그들이 말하는 서울 불바다가 어렵지 않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기술적으로 그들이 지닌 무기들의 성능은 충분히 서울에 날아올 수 있다. 이러한 도발을 받으려고 평창올림픽의 공동개최를 시도하고 남북의 정상이 만나 백두산 정상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척만 했다. 북한에 상황이 더 이상의 여유를 만들 수 없으니 성급히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당장 경제 상황이 너무도 급박하고 유엔의 대북제재에 숨을 쉬기도 어려울 지경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니 가면을 쓰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까지 웃음을 보일 수가 없었다. 행복한 미래만 꿈꾸던 정부에게 다가선 현실은 산산이 조각난 남북공동사무소이다. 9.19군사합의로 최전방의 초소까지 완전 파괴해 버린 지금 다시 방탄모에 총검을 장착한 북한경비병들이 보이니 더 이상 곱게 예의를 갖추라며 부드럽게 경고할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평화신드롬으로 얼만큼 해이해 졌는가. 북한을 적군이라 표현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지금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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