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희 ㈔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이 지난 2015년 대법원 판결에 이어 두 번째 전환점을 맞았다. 5년여를 끌어 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CC)와 사업 파트너인 버자야그룹간 분쟁이 지난달  양측의 강제조정 수락으로 종결되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버자야 그룹이 JDC와 제주도를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한국 정부에 대한 ISDS 진행도 중단하며,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관련 사업을 JDC에게 전부 양도하고, JDC는 버자야 그룹에 1250억원을 배상한다는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JDC는 시원한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버자야에 대한 배상금액이 버자야가 소송으로 제기한 3200여원에 훨씬 못미치는데다 국제투자분행(ISDS) 등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문대림 이사장은 "임직원들이 근 1년간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치밀한 기획과 꼼꼼한 준비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오랫동안 밀린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는 심정에 이해는 간다. 오죽했으면 버자야 그룹이 통큰 합의를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을까.

당초 이 문제는 토지수용문제에서 출발했다. 사업은 '유원지' 조성으로 추진됐고, 일부 토지주들은 토지수용이 사업목적에 위배된다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2015년 3월 대법원은 예래단지가 국토계획법 등이 정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유원지로 지정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한 것은 명백한 하자인 만큼 당연무효라고 최종 판결했다. 그 후폭풍으로 버자야그룹은 JD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번 조정합의로 JDC는 버자야에 1250억원이라는 배상금을 물어주어야 한다. 돈을 빌려오든지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였다면 피할 수 있는 국민의 혈세다.

JDC는 향후 진행과 관련해 "고층 빌딩과 카지노 등의 사업 계획은 모두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사업을 폐기하고 제주도와 토지주 등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추진할 계획"이라이라고 밝혔다. 만시지탄, 처음부터 그렇게 갔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구상도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어쩌면 협의를 통해 토지를 매도한 토지도 모두 되돌려야하는 상항에 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발은 인간이 보다 편리하고 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관련된 이들이 동의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은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 의해서 추진됐다. 개발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토지를 팔거나 수용당하는 등 객체로 전락했다. 문제는 거기서 부터다.

조급함에 밀려 두 번이나 계획을 변경해 가면서 사업을 추진한 JDC나 인·허가를 진행한 제주도, 그리고 10년 넘게 소송을 벌이고 있는 토지주와 버자야그룹, 이들 모두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형국이다.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큰 생체기를 남기고 원점을 향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책임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제주도는 2015년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철저하게 경위와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성난 민심달래기용 뿐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얻을 것이 있다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못한다면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과 시행착오가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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