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인류의 역사는 이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게르만족과 한민족의 이주 목적 이동을 시작으로, 물물교환과 상거래를 위해 실크로드와 차마고도에서 목숨을 건 대상(隊商)들의 이동과 11세기 말부터 약 200년간에 걸친 십자군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동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십자군 원정이후 이슬람권의 국수가 서양에 전해지고,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과 녹차가 알려지게 되고, 또 이슬람과 인도의 향신료인 후추 맛을 보게 되면서 유럽인의 소유욕은 이동을 가속화시켰고 이로 인해 동서양의 문화는 교류하게 되었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 탐험가들의 신대륙 탐험여행을 계기로 에티오피아의 커피가 남미에 전해지고,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재배된 감자가 유럽에 전해지면서 유럽 음식문화를 발전시켰는데, 아마 그 당시 감자가 없었다면 후에 나폴레옹도 수차례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동은 인류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모두 바뀌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동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발전도 가속화시켰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기차는 더 빠르게 더 많이 실어 나를수 있는 육상이동 욕구를 충족시킨 반면, 미국 항공기에서 시작된 항공교통은 더높이 또 더멀리 더빠르게 이동하고 싶은 인류의 공간적 체험 욕망을 충족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또 20세기 초까지 책과 언론 그리고 탐험가의 정보에만 의존했던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교통수단의 상용화와 기술적 발달로 누구나 직접 이동하고 체험하게 하는 여행산업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 한편 2000년대 대형 정보제공업체인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등장은 미지의 세상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므로서 인간의 체험욕구와 이동문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전례없이 인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차단하는 사회환경적 무기(socio-environmental weapon)가 되면서 동서양간 인적교류는 물론 문화체험과 문화교류를 통한 문화접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이동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코로나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직업적인 이동을 제외한 일반인의 해외여행 이동 제약은 앞으로 적어도 1년 이상, 길게는 2023년까지도 예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정보제공 속도와 정보량은 점점 증가하는 반면 직접이동 체험문화는 2000년대 이전으로 정체 내지는 후퇴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언택트산업은 성장하고 이동과 체험산업(특히 여행 항공산업)은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이유 때문에 정보획득과 현장이동의 갭(GAP)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는 또 미지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또다시 언론이나 GAFA매체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 제공하는 제한적인 정보에 노출될 경우, 가짜뉴스와 가짜정보에 매몰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제한적인 이동 여건 속에서 인류의 이동은 집에서 좀더 가까이 좀더 짦게 이동하는 여행문화가 생기게 될 것이고, 문화나 음식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홀로 여행과 '따로 또 같이(같이 가되 따로 여행을 즐기는)' 패턴의 여행이 주요 이동 패턴이 될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제주도가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제주도는 입도객의 제한이나 차단보다는 포스트코로나시대 여행 패턴에 걸맞는 수용 시스템구축을 원점에서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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