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참전용사 버거병 진단...무릎아래 괴사 직전단계 진행
도보훈청 상이등급 5등급 판정...재판부 “실제 못 미치는 등급”

55년전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장애를 겪게 된 국가유공자가 합당한 장애등급 판정조차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강모씨가 제주도보훈청을 상대로 낸 고엽제후유증 환자 장애등급결정 취소소송에서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강씨는 지난 1954년 3월 해병으로 입대한 후 1965년 9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1968년 6월 전역했다.

이후 강씨는 월남전 참전에 따른 고엽제후유증으로 1984년 5월 병원에서 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버거병은 하지 또는 상지의 동맥 중에서 비교적 직경이 작은 중소 동맥에 염증이 생겨 혈류 흐름 방해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강씨는 버거병으로 인한 상이등급 6급 판정을 받게 되자 2017년 3월 재판정 신체검사를 신청했다.

이에 부산보훈병원은 같은해 4월 신경계통 기능장애에 해당한다며 상이등급 5급 판정을 했고, 도보훈청은 같은해 11월 강씨에게 상이등급 5급으로 변경됐다고 통지했다.

하지만 강씨는 2018년 10월 무릎 아래로 혈관이 거의 보이지 않고, 괴사 직전단계에 이르는 등 전신 장애율 50%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강씨는 두 다리가 무릎관절 이하에서 고도의 기능장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거나 그에 준하는 상이를 겪는 사람”이라며 “적어도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상이등급 중 다리 및 발가락 장애 3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보훈청은 강씨의 상이가 다리에 직접 부상을 입어 생긴 기능장애가 아니어서 신경 및 정신계통 장애 항목에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강씨가 겪는 통증에만 주목해 정신장애 또는 신경계통 기능장애로 분류한다면 신체의 상이부위를 해부학적으로 구분하도록 한 법률 시행규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실제에 못 미치는 상이등급으로 판정한 도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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