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곶자왈] 개발만능 "제주의 허파" 병든다

1. 프롤로그

2005-12-31     홍석준 기자

나무와 가시덤불로 숲을 이루고 있어 농경지로도 쓸 수 없었던 곳이지만, 제주 곶자왈은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서식하고 있는 식생의 보고이자 빗물의 80%가 숨골을 통해 지하수로 함양돼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명의 텃밭이자, 제주 생태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곶자왈 지역은 각종 개발행위로 끊임없이 파헤쳐져 왔고, 골프장과 위락시설, 도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집중적으로 유치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형 보존’약속은 어디로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 일대에 들어선 블랙스톤리조트는 골프장 조성 사업이 착수되기 이전부터 사업 타당성에 문제가 제기됐던 곳이다.

업체측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곶자왈 지역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개발지역에 포함된 나무는 옮겨 심어 조경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공사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민·관 합동단속에 적발되는 등 추가 훼손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대표적인 곶자왈 파괴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최종 보고서가 제출돼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교래 곶자왈 지역도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부실 영향평가 논란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이 일대는 지하수 2등급 지역이 전체 부지의 76%에 달하는 지하수 함양지대이자 으름난초 등 멸종 위기 야생식물이 자라고 있고, 세계적으로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시딸기 군락이 확인된 곳이기도 하다.

또 환경부가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지정해놓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의 집단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 “개발 명분용 환경영향평가”
동백동산으로 대표되는 선흘 곶자왈 지역과 안덕 곶자왈 일대 등에서도 골프장 등의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등 도내 곶자왈 지역 곳곳이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새롭게 생태적인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곶자왈 지역인 만큼 정밀 조사를 통해 GIS 등급 재조정 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개발계획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제주도 등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봉찬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곶자왈처럼 생물 종의 다양성이 높은 곳은 보존 가치를 매우 높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환경영향평가는 오히려 귀중한 곶자왈을 개발하는 명분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