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권고 수용 계획 변경

[기획=신음하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⑤이식 않고 살아남게 된 가시딸기

2006-12-04     홍석준 기자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그렇듯,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사업시행 승인을 얻고 나면 일사천리로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영향평가 등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문제점이 나중에 발견된다고 해도 사업승인 이후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 가시딸기군락지  
 
△‘가시딸기 논란’ 증폭 계기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곶자왈 지역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테디밸리 골프리조트(전 오션파크컨트리클럽)는 지난해 7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희귀식물인 가시딸기가 누락됐다는 보도 이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곳이다.

당초 사업시행자인 ㈜제이에스개발측이 제출한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는 예정부지 인근에만 가시딸기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게재돼 있었지만, 사업예정지 한가운데의 곶자왈 지역에 가시딸기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논란 끝에 결국 본보 곶자왈 취재팀이 보도한대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상 보전자원 지정 대상 식물인 가시딸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 거대한 곶자왈 암반/조성익 기자  
 
△군락 피해 코스 변경

이에 따라 모든 개발사업 승인 절차가 끝난 뒤였지만 사업자측은 환경단체의 권고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가시딸기 군락을 피해 홀을 배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달말 현장 확인을 위해 사업 예정부지를 찾은 취재팀에게 리조트 운영팀의 은창범 총괄부장은 “당초 계획보다 18번홀의 위치를 남쪽으로 50m 가량 옮기기로 했다”고 계획 변경 사실을 재확인했다. 모든 승인 절차가 마무리돼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시딸기가 보전자원 지정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자생 군락 일대를 피하기로 한 것이다.

은 본부장은 이 외에도 “인근 경작지와의 경계 부근에 있던 가시딸기 400그루는 제주도수목시험소로 이식해 놓았다”며 “카트가 지나가는 도로가 식생이 좋은 곶자왈 지역을 훼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에코브릿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빗물에 쓸려간 곶자왈/조성익 기자  
 
△“원예식물로 활용 가치 충분”

테디밸리 골프리조트의 경우 이미 채석장으로 사용돼오면서 파헤쳐진 곶자왈 일대에 들어서는 골프장이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자세한 식생 조사를 통해 GIS 등급 재조정이 이뤄졌다면 사업 시행승인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시딸기 같은 보전자원 지정 대상 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생태 3등급이 아니라 2등급으로 등급이 재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봉찬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이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나도히초미나 쇠고비 등은 조경용 원예식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라며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글 홍석준·사진 조성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