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관통·2차 훼손까지 초래"

[기획=신음하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⑦ 곶자왈 지역 훼손·생태축 단절

2007-01-08     홍석준 기자

제주도는 말 그대로 ‘도로의 천국’이다. 지난 2005년 말 기준 건설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도로 포장률이 83.4%로 전국 평균 76.8%를 훨씬 상회한다.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9개 도 중에서는 가장 높은 도로 포장률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직선 형태로 쭉쭉 뻗어나가는 도로는 곶자왈 지역의 생태계를 직접 관통하면서 훼손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도로가 개통됨으로써 2차적인 곶자왈 훼손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가 관통하는 백약이 오름 주변 곶자왈<조성익 기자>  
 
△ 인구 1인당 도로 길이 16개 시·도 중 2위

지난 2005년말을 기준으로 해서 내놓은 건설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제주 지역 도로의 전체 길이는 모두 3199㎞에 달한다. 이중 2667㎞가 포장돼 포장률이 83.4%에 달하고 있다. 전국 9개 도 지역 가운데 경기도가 80.9%의 포장률을 보이고 있고, 다른 7개 도 지역이 60∼70%대인 데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도로 보급률의 내용을 보면 1㎢당 도로 연장도 1.73㎞로 9개 도 지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 1인당 도로 길이도 6.04㎞로 강원도(6.51㎞)에 전국 16개 시·도를 통틀어 두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1대당 도로 길이도 15.5㎞로 강원도(18.5㎞)와 전남(17.76㎞)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교래 곶자왈에 있는 구도로와 신도로<조성익 기자>  
 
△ 각종 도로 개설로 몸살 앓는 곶자왈

이처럼 도로 사정이 결코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임에도 여전히 제주의 곶자왈과 해안은 각종 도로 개설 및 확장 공사로 인해 몸살을 않고 있다.

오름과 오름 사이, 곶자왈 용암이 흘러간 지역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도로가 관통함으로써 하나로 연결돼 있던 곶자왈 생태계가 단절된 모습은 더 이상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더구나 빗물이 곧바로 스며들게 됨으로써 중요한 지하수 함양의 통로 역할을 하던 곶자왈 지역에 도로가 뚫리면서 빗물이 포장된 도로 때문에 스며들지 못하고 폭우 때마다 물난리를 겪고 있는 모습이 바로 제주의 현주소다.

△ 생태 환경·도로 공존할 수 있는 도로정책 절실

남조로 구간 중 교래 사거리와 돌문화공원을 잇는 구간만 해도 이미 예전에 뚫려 있는 포장 도로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직선 도로가 나면서 곶자왈 지역이 말그대로 토막토막 난도질된 모양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같은 직선 도로가 정작 제주의 관광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조차 “무조건 직선화된 도로만 고집하는 도로 정책 때문에 제주 관광이 더욱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10분의 이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로가 직선으로 뚫리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 돌아보고, 제주의 생태 환경과 도로가 공존할 수 있도록 지역 특성을 고려한 도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절단된 곶자왈 바위<조성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