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 등 차이 서로 인정해야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가능

2007-05-29     김영헌 기자

   
 
  ▲ 차별없는 세상 에필로그  
 
다양한 차별과 소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소외계층들의 삶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임을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장애인을 비롯해 국제가족, 전과자, 학대 아동, 방임 노인, 비행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 지는 쉽게 느끼지는 못했다. 희망이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소외계층들은 미흡한 사회적 보호시스템과 차가운 편견 인해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이웃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차별 속 소외계층들

여성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소외와 여성이라는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이중적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장애인들은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의지를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교육은 물론 성적권리, 결혼, 출산, 양육 등은 일반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갖을 수 있는 권리이겠지만, 여성장애인들에게는 무거운 책임과 차가운 주위의 시선이 뒤따르는 멍에일 수밖에 없다.

또 여성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사회로부터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이동권으로 인해 집을 나설 때마다 목숨을 건 ‘모험’을 해야 하는 현실은, 이들 장애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올 뿐이다.

장애라는 멍에로 인해 노동력을 갖춘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싶지만 취업기회조차 극히 제한되는 게 현재의 상황으로,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장애인 외에도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아동, 여성들도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사회 안전망 구축은 빠른 노령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족들에게 버림 받은 혼자 사는 노인들은 빈곤과 질병, 외로움 등에 시달리면서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노인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동들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지원 및 보호 체계는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성장과정에서 신체·심리·학습능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현재 아동학대 예방과 재활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미약한 수준으로, 대폭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최근 가정해체, 사회양극화 등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른 아동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빈곤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들은 학습결손·정서발달 장애·신체발달 부진 등으로 학습성취가 떨어지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퇴·비행 등 잘못된 길로 빠지는 등 제대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삶 속에서 자라난 빈곤 아동들은 결국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떨고, 자신의 부모처럼 자녀들에게 제대로운 양육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등 빈곤의 대물림 악순환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같은 한국인이지만 이방인 취급을 받아 왔던 국제가족들이 최근 급속하게 늘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가족과 혼혈인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차별과 편견, 냉대와 부당한 처우로 소외감 속에서 살아왔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언제 실업자로 전락할 지 모르는 근로환경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제대로 자신들의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범죄의 유혹 속에 빠져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사회적 냉대로 사회에 다시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많은 출소자들이 사회의 냉대와 멸시 등으로 다시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정은 비행 청소년들도 비슷하다.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은 미흡하고, 오히려 현재의 사회환경은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 가운데 완벽하게 평등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들은 존재한다. 복지천국이라 명칭을 갖고 있는 스웨덴은 이들 국가 가운데 대표적인 나라다.

평생무료교육제도, 평생무료의료제도, 노후제도가 잘 갖춰진 스웨덴은 빈부차별을 비롯해 다양한 차별을 지양한다.

신체적·심리적 장애을 갖고 있어도 노동하고, 생활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고 소득의 51%까지 세금을 납부하는 세제체계를 갖고 있어, 고소득층이 저소득을 지원하는 사회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여성, 노인 등 소외계층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고, 서로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서는 소외계층이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애초부터 차별화된 삶을 살도록 하는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차별 없는 세상은 강자가 약자에게, 다수가 소수에게, 주류가 비주류에게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 조성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