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미래 위해 '관행; 버려라"

[제주 미래를 여는 힘]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2007-05-31     고 미 기자

“최상의 식재료를 끌어모은다고 해도 요리사의 능력이 미흡하고 그것을 담을 그릇이 반듯하지 않느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도 마찬가지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제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따끔한 충고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아갈 방향을 조언했다.

제주 출신인 허 본부장에게 ‘~바라기’경향이 강한 고향은 늘 ‘아쉬움’이다.

허 본부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지금처럼 제주도의 중앙정부에 대한, 그리고 제주도민의 제주도청에 대한 의존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공적인 정착’은 어렵다”며 “도와 도민 모두 ‘홀로서기’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해 정부에 규제완화 등과 관련한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것 역시 ‘방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의향을 물었더니 제주도가 ‘99% 문제 없다’는 응답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논리 없이 무작정 문제없다고 나서면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파주의 LG필립스공장 유치를 예로 들면서 “어떤 사업을 하는데 있어 이런 부분의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도의 재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접근한다면 정부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파주 공장이 들어설 때도 ‘균형발전’을 앞세워 ‘예외’를 인정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간 경제 기반이 취약한 제주의 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허 본부장은 “도가 민간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사 설립 등 지방공기업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공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지역에서 돈을 대야 하는 부분인 만큼 전국 평균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자치단체에서 치고 나가는데 제주는 그저 주저앉을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정부차원에서 9제주도 자체가 ‘구조조정’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것을 조금 손보고 이것은 조금 바꾸고 하는 수준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허 본부장은 “제주는 송도 등 ‘개방’을 모토로 출발한 국내 다른 지역들과의 경쟁에서 벌써부터 뒤쳐진듯한 느낌”이라며 “더 잘사는 방법에 대한 전략을 분명히 하고 무엇보다 경제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허본부장은 알고 보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고도화’해 민간·공공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외국인학교에 대한 모델링 없이 아무런 경험이 없는 도교육청에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권한이양이든 규제완화 등 추진에 앞서 수용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4+1’핵심산업에 대한 불안감도 피력했다.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게 목표가 아닌 이상 균형·구체성이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관련산업의 기반부터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제안했다.

“제주는 보물덩어리”라고 전제한 허 본부장은 “관광산업을 주력으로 했다면 타지역의 제조업 공장이나 제주의 호텔은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개발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며 “특별자치도라는 큰 게임을 시작했다면 여기 저기 생채기가 나거나 굳은살이 배기는 것 쯤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