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속문화의 재발견(상)] <4>돌하르방③
국가유물인데‥분산배치가 좋아‥
돌하르방 제자리 찾기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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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주근 전 경기대 교수가 촬영한 1960년대 돌하르방들. 당시 관덕정 돌하르방. 당시 관덕정 돌하르방은 트럭에 수차례 치이는 수난을 겪었다. | ||
돌하르방들이 쏟아진다. 관광상품으로, 문화상품으로, 박물관 마스코트로 말이다. 심지어 하르방이 윙크하며 나는 시대(‘제주에어’ 로고)가 왔다. 이‘아류들’에게도 분명 전통의 맥이 흐른다. 제주도 문화유산(제주도민속자료 제2호)으로 지정된 돌하르방 48기가 바로 그렇다. 그 중 제주성에 위치해 있던 돌하르방 24기는 1960년대를 전후해 소리도 명분도 없이 실려갔다.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제주대학교로, 제주공항공사로, 제주시청으로, 삼성혈 등지로.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돌하르방은 그럴듯하게 관리되고 있다지만 정작 제주도민속자료 항목에선 빠져 있다. 제주 돌하르방의 신세는 더욱 애처롭다. 돌하르방에 대한 기관들의 소유 고집은 완강하다. 반면 돌하르방에 대한 관리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성 복원사업 추진에 따라 돌하르방 역시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가 유물, 줄 수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이전된 돌하르방 2기(유물번호 1809·1810). 유물카드에는 ‘명칭 우석목, 입수일자는 1967년 9월8일, 입수연유는 기증품’으로 기록돼 있다.
유물카드는 또 이전 당시 돌하르방 2기가 제주시 동문통 옛 성문입구에 세워졌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돌하르방 이전 경위에 대해 67년 당시 돌하르방 운반책이었던 원로 민속학자 장주근씨(전 경기대 교수)는“40년이 지난 얘기라서 기억이 선명치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 교수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당시 문교부 소속의 제주도 문화재관리국 또는 교육위원회에서 돌하르방 이전 절차를 밟았고, 난 운반하는 일만 맡아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문화재관리국 계장이란 이조차 돌하르방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모르더라”면서 “당시 돌하르방 사진을 보면 돌하르방 몸뚱이가 땅에 묻히거나, 돌하르방에 타이어가 껴 넣는 등 제주에서 돌하르방에 대한 관리가 매우 소홀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장 교수는 “외려 다른 지역 학자들이 돌하르방의 치켜진 눈꼬리, 자루병 코, 둥근 퉁망울 눈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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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주근 전 경기대 교수가 촬영한 1960년대 돌하르방들. 당시 관덕정 돌하르방들. 당시 관덕정 돌하르방은 트럭에 수차례 치이는 수난을 겪었고, 동문통에 있던 돌하르방들은 사이에 타이어가 끼어있는 등 관리소홀로 방치돼 있었다. | ||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다른 지역 학자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 때문인지 돌하르방의 제주지역 복원, 즉 현지 위치로의 이전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돌하르방 복원 움직임에 대해 “국가의 유물이기 때문에 돌려 줄 수 없다”는 견해다.
국립민속박물관국 정종수 유물과학과장은 “국가에서 기관 대 기관으로 줬기에 국가의 고유 유물이다”면서 “돌하르방의 제주도 이전을 위해선 문화재보호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돌하르방이 지역에서 관리 소홀로 인해 애물단지가 되느니, 한해 200만여 명의 관객이 드나드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마스코트가 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제주의 관리·인적·물적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유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한 돌하르방 원위치 이전은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 허리 꺾인 목석원의 돌하르방 (사진=조성익 기자)
#돌하르방 원위치 복원하면 뭐하냐?
국립민속박물관 외에 제주성 돌하르방 21기의 소유자인 제주지역 각 공공기관들의 입장 역시 국립민속박물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기관장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돌하르방 원위치 복원하면 뭐하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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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민속박물관의 '마스코트'로 전락한 돌하르방. | ||
허리 꺾인 돌하르방(남문로 만수당양방 앞 우물 골목 소재) 1기를 목석원으로 이전했던 백운철 목석원 원장은 “돌하르방을 무작정 제 위치에 놓는다고 해도 현재 주변환경과 어울리겠느냐”면서 제주성 복원사업 등과 맞물려야 돌하르방 원위치 복원 얘기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보의 돌하르방 복원과 관리정책 기사에 대해 김영훈 제주시장 역시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관리방안이 서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 복원과 관리정책 문제는 제주도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 연구한 후 원형 복원이나 차선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외 자연사박물관, 제주대학교 등은 원형 복원보다 분산 배치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유욕에 못 미치는 관리욕
제주성 돌하르방 21기를 관리하고 있는 해당 기관들의 소유욕은 대단히 높은 반면, 관리욕 구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하르방 보호철책이 없는 것은 제주성 돌하르방이 이전된 제주지역 각 기관들의 공통점이다.
제주대학교에 옮겨진 돌하르방 4기 중 일부는 완결품 돌하르방에서 빠질 수 없는 기단석이 사라졌다. 도자연사박물관의 돌하르방의 신체 일부에는 시멘트가 발라져 있는 등 관리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기관에선 돌하르방을 소유, 관리하면서도 관리주체를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다.
돌하르방에 대한 기관들의 과연 이 정도인가.
다음은 제주의 민심에서 부는 돌하르방 원형복원 움직임을 살펴본다. 또한 제주흙으로 제주성, 돌하르방을 재현한 작품도 제주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