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맺은 20년 인연 유럽의 제주 전령사"

[사람이 자원이다] <2부>제주의 혼을 심는다 : 윤중헌 재독음악인

2007-08-23     박미라 기자

   
 
  ▲ 음악인 윤중헌씨(왼쪽에서 두번째) 노력으로 루드빅스브르크 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제주관악제에 참가하게 됐다. <박민호 기자>  
 

 

[사람이 자원이다] <2부>제주의 혼을 심는다 : 윤중헌 재독음악인

"음악으로 맺은 20년 인연 유럽의 제주 전령사"

올해로 제12회를 맞은 ‘제주국제관악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 어엿한 국제축제로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제주국제관악제의 성장에는 열악한 예산•인력에도 불구, 10여년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온 제주토박이 관악인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면에 숨어있던 또 한사람, 도내 관악인들과 함께 제주국제관악제를 기획하고 진행해온 재독 음악인 윤중헌씨가 있다. 20년 가까이 제주와 인연을 맺고, 10여년간 제주국제관악제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반평생 맺은 제주인연은 이미 그를 제주인보다 더욱 제주인다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제주관악제의 ‘산파’ 역할

 

   
 
  ▲ 윤중헌 재독음악인  
 

 서울이 고향인 윤씨와 제주와의 인연은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씨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경희대에서 강사활동을 하던 시절 한 남녕고 학생이 찾아와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며 질기고 질긴 제주와의 인연을 풀어냈다.

윤씨는 이를 계기로 또다른 남녕고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으며, 제주 관악인들과도 안면을 트게 됐다.

특히 오현고 관악대 이상철 교사에게서 듣게 된 제주의 관악사는 윤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윤씨는 “알고보니 제주의 관악사가 만만치 않더라”며 제주와 인연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짧게 설명한다.

이를 인연으로 윤씨는 제주 관악인들과 ‘제주만의 관악제’를 꿈꾸게 된다.

1990년 초에는 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단 하루일정이었지만 서울에 찾아온 국제 관악인들을 제주로 불러모아 제주국제관악제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대한민국 관악제를 열었다. 당시 제주를 찾았던 고 아르민 로진, 유성주씨 등 음악인들은 여전히 제주국제관악제를 찾는 인물들이다.

제주 관악인들과 함께 ‘제주=관악의 섬’이라는 공통된 꿈을 꾸게 된 윤씨는 1994년 독일로 건너간 후 본격적인 제주국제관악제를 기획하게 된다.

유럽 현지에서 관악인들을 제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자처, 1995년 첫 국제관악제가 열렸고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의 규모는 커지게 됐다. 

격년제로 개최되던 축제는 앙상블•밴드축제로 형태를 달리하며 매해 열렸으며, 참가인원도 점점 불어났다.

제주가 세계의 젊은 관악인들의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2004년 제13회 아시아•태평양관악제, 2006년 세계마칭쇼밴드챔피언십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

△“유럽에 제주를 알려라”

도내 관악인들이 제주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실무작업을 한다면 윤씨는 제주 음악인들이 손이 닿지 않는 유럽에서 음악인들을 제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한다.

제주국제관악제 개최기간은 9일이지만 축제가 열리기까지 준비기간은 지난하다. 더욱이 홀수해에는 밴드축제가, 짝수해에는 앙상블축제•국제관악경연이 격년제로 열리다보니 축제 준비 업무는 언제나 빠듯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세계 관악인을 대상으로 열리다보니 저명한 심사위원•초청음악인들은 물론 참여단체까지 수년 전부터 사전 실무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윤씨의 역할은 바로 도내 음악인들이 제주에서는 할 수 없는 현지 담당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제주시 국제자문위원이기도 한 윤씨의 홍보대사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세계자연유산 등재 운동이 이뤄질 때는 현지에서 등재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도내 음악단체와 현지 음악단체 자매결연을 이어주는 등 매파 역할도 톡톡히 한다.

윤씨가 살고 있는 로렐라이 지역에서 이미 제주국제관악제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세계축제다. 

 △ “이제 따끔한 질책이 필요할 때”

제주 실정을 이해함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의 충고는 보배와 같다.

윤씨는 제주국제관악제를 이끌어온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 객관적으로 제주를 바라볼수 있다. 제12회 제주국제관악제를 바라보는 윤씨의 시선에서 적지않는 아쉬움을 묻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씨는 무엇보다 축제 개최 10여년이 됐지만 안정된 운영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명실상부 국제축제로 커가고 있지만 예산•인력 부족은 물론 사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식의 운영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얼마 전만 해도 2주에 한번씩 참가자들에게 제주를 알리는 신문이 오더니 갑자기 뚝 하니 끊기더라’던 지적은 사소한 문제지만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 부재를 대표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단 한팀만 제주를 찾았다. 더 이상 인맥에 의한  ‘때우기’식 축제 운영이 아닌 안정적인 소프트•하드웨어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씨는 또 “12년 동안 외국 단체를 불러모았다면 답례로 제주대표 밴드가 타 음악축제에 참가해 제주도 홍보하는게 예의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진단한다.

윤씨는 “제주인심은 그 어느 지역보다 좋다. 홈스테이를 하거나 지역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외국인 모두가 감동한다”며 “최근 성산지역에서 독일팀과 지역민들이 함께 했는데 모두들 좋아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된 만큼 제주시에 한정돼 운영되던 음악회를 각 읍•면으로 확장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또 “야외 음악회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실내 공연은 전문적이되 야외 공연은 도민•관광객 모두가 흥겹게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매뉴얼 등을 통해 축제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