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전창원의 서귀포 이중섭을 읽다] 9.「 연과 아이」
'연꽃같은 아이'에 대한 평자들의 오류
"평론가들이 그림 왜곡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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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과 아이」이중섭 미술관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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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의 부분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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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1952년 작으로 추정 | ||
[화가 전창원의 서귀포 이중섭을 읽다] 9.「 연과 아이」
'연꽃같은 아이'에 대한 평자들의 오류
"평론가들이 그림 왜곡 해석"
간담회에서 승기를 잡은 최석태씨는 6일 뒤인 2005년 4월 28일 인터넷 사이트 ‘컬쳐뉴스’에 「이중섭 위작논란 전모를 밝힌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최석태씨 자신은 김용수씨가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 위작들을 이미 수 년 전에 보았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제의 가짜 원소유자가 수년 전 필자를 오라오라 해서 그 집으로 가 보았다. 생명이 위태할지 모름에도 판단을 즉석에서 내려주었다. 그것도 무료로! 그는 그때 이중섭과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는 여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지금 하는 말과 다른 말을 했다.”
최석태씨는 김용수씨 집에 갔다 온 지 수년이 지난 2004년 후반기에 정부 모 부처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김용수씨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진위판단을 해달라는 것. 그러나 이때 최석태씨는 오히려 김용수씨쪽에서 회피하여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5년 초, 모 방송사가 진위식별을 의뢰해 와서 최석태씨는 김용수씨 소장의 위작들을 또 보게 되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겨운 인연이여! 올해 초 모 방송사가 진위식별을 의뢰해 와 나는 다시 그 가짜들을 보게 되었고, 그 즈음 문제의 그림들을 감정하게도 되었다. 여기서 앞서 말한 것들이 이호재를 비롯 신옥진과 연관되기도 하였으면서 계속 말썽을 일으킬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최석태씨는 첫째로, 서울경매 이호재씨에게 문제가 있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번 사건도 폭발 전, 문제의 서울경매(대표 이호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애초에 없었을 사건인지도 모른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건처럼 ‘위험사회’의 전형적인 행태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둘째로, 최석태씨는 서울경매의 자체감정과 내부 직원들의 기초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서울경매가 실시한다는 자체 감정(국립현대미술관의 전 학예실장이자 현 덕수궁미술관장인 정준모와 중견 화상 신옥진이 하는 감정)이 무능했던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이들을 거치기 전에 반드시 보았을 내부 직원들(최열, 김미라를 비롯한 미술이론을 전공한 이른바 전문가 직원들)도 정말 가려내지 못했다면 기초 자질을 물어야 한다. 결론을 앞질러 말하자면 이들은 진위를 가리려 하지 않고, 경매사 대표의 눈치를 보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이호재씨가 위작사건을 주도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석태씨는 이번과 같은 이중섭 위작 사태는 이미 예고되어있었다고 한다.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대표가 2003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사실을 그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회사의 조직은 아래나 위나 모두 엉망이었던 것이다. 사태는 이미 예고되었다. 2003년 3월 초, 가나아트센터 대표 직함의 이호재가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에 이중섭 그림 8점을 포함, 모두 50여 점을 기증했다. 이를 기려 ‘이중섭과 친구들’이라는 전시가 열렸던 것. 기증이라 흐뭇해서 필자는 국립박물관이 발행하는 월간신문에 일종의 기증자 열전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했던 필자는 화들짝 놀랐다. 기증의 꽃봉오리에 해당하는 8점의 이중섭 그림 중 5점(유화 1점, 엽서그림 1점, 은지화 3점)은 진품이지만 나머지 3점과 더불어 친구로 등장한 박수근의 작품 1점은 아무리 눈이 짓물러져라 보아도 가짜였다! 이럴 수가! 필자는 즉각 기증자 쪽과 기증을 받는 서귀포시 관계자 다수에게 귀띔했다. 반응이 감 잡기 힘들었지만, 이중섭과 관련하여 불미한 일이 없어야 좋겠다는 생각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고쳐야 할 것이었으므로 더 이상의 반응은 자제했다. 얼마 후 박수근의 자녀들은 기증자에게 직접 항의하여 철거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중섭의 경우 거듭된 지적에도 무시로 일관했다. 이중섭의 아드님이 문제의 그림들을 진짜로 여기는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다만 참고로 이 가짜들 중 일부는 서울경매 측의 내부 감정위원이기도 한 화상(* 부산 공간화랑 대표) 신옥진이 그 얼마 전 자신이 별도로 개최한 전시에 등장시켰던 것이다. 게다가 신옥진은 지난해의 한 강의에서 기증자가 가짜로 인정한 문제의 박수근 것과 더불어 아직 기증자가 인정하지 않은 이중섭 기증작도 가짜라며 소개했다.”
컬쳐뉴스에 게재된 이 최석태씨의 글을 읽은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댓글을 올렸다.
“그럼 제일 위 작품은 진품이라는 이야기인지요? 그림에 대해 전문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일반인으로서는 김용수씨와 유족, 서울옥션이 그토록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데는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군요.”
이에 대해 최석태씨는 다음과 같이 답글을 적었다.
“이 글에 곁들여진 도판은 모두 가짜임에 분명합니다. 모두 이호재의 서귀포 소재 이중섭미술관(자격이 있는지는 별도로 하고)에 기증한 가짜입니다. 이 중에서 ‘연잎을 든 아이를 그린 것’은 한 패인 신옥진도 가짜라고 하여 자신의 강의에서 인용한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최석태씨가 ‘연잎을 든 아이를 그린 것’이라고 말한 작품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다. 위 「연과 아이」가 바로 그 작품인데, 최석태씨의 말대로 정말 아이가 연잎을 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아이는 연잎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 팔을 연잎 위에 올려놓고 있다. 상체도 연잎에 얹혀있다시피 하면서 연잎에 의지해 있다. 이렇게 형상이 분명한데도 ‘연잎을 든 아이’라고 잘못 해석했다면 최석태씨는 이 그림의 주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 형상과 주제와의 관계는 지난 3, 6, 7회에서 「물고기가 그려진 소」 「작품」 「두 마리 사슴」 「사슴」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최석태씨는 어째서 이 그림을 가리켜 ‘연잎을 들고 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라고 했을까? 아마도 오광수 著 「이중섭」이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참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연과 아이」의 형상은 이중섭 작 「사계(四季)」 중에서 ‘봄’에 해당되는 부분의 형상과 매우 비슷한데, 이 ‘봄’ 형상에 대해 오광수는 그의 저서 「이중섭」 93쪽에서 “아이가 커다란 연잎을 들고 있는 것”이라고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중섭 그림은, 위 두 평론가들이 그렇게 한 것처럼, 사실화 보듯이 해서는 절대로 주제를 파악할 수가 없다. 보라, 연잎의 크기와 아이의 크기를. 아이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서 본다면, 연잎은 아마존 정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거대한 연잎이 될 것이다. 이건 분명 이중섭이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이 그림은 상징과 변형과 왜곡으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이 그림 속 아이는 ‘연꽃에 비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흙탕물 속에서도 고결한 꽃을 피우는 연(蓮) - 아이를 그런 연꽃에 비유한 것이다.
나는 지난 3회에서 이중섭이 1940년에 그린 「작품」은 소가 뒷발을 들어 제국주의자들과 친일파 예술가들에게 불알을 보여주면서 ‘엿 먹어라!‘ 욕하는 그림이라고 해석했다. 이 「작품」을 최석태씨가 「이중섭 평전」에서 “소가 뒷발을 핥는 형상”이라고 잘못 해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연꽃 같은 아이’를 ‘연잎을 들고 있는 아이’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계」에 대한 오광수씨의 잘못된 해석(“아이가 커다란 연잎을 들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꽃 같은 아이’가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그리고 ‘빗줄기’가 또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하기로 한다.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