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주인] <27>이주민과 함께 하는 송년의 밤 >끝<
“다민족 시대 우리는 하나”
2007-12-28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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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라마다 프라자 제주 호텔에서 열린 ‘이주민과 함께 하는 송년의 밤’ 행사 /김경필 기자 | ||
취재 대상을 섭외하고 직접 그들을 대면하는 일 자체가 어려움일 정도로 우리 사회 낡은 인식의 벽은 높았다.
적극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웃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그 중에는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 또는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년이 지나면서 그래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과 표정을 읽는 법이다.
“제주가 어떤 느낌인가”를 묻던 것이 “요즘 생활은 어떤가”로 바뀐 것이 그 것.
제주가 낯선 이방인이라는 전제가 아닌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눈높이가 바뀌었다.
6개월의 길지 않은 만남을 정리하며 그들의 올 마지막 만남의 자리를 찾았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이주민 가족 450여명이 모여들었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한 ‘이주민과 함께 하는 송년의 밤’행사에 참석,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피부색과 외모는 달랐지만 손에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그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비록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따뜻한 가족사랑으로 낯선 문화를 극복해낸 그들은 이제 어엿한 제주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이주민 가족들이 수개월간 준비한 공연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지난 1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전도 이주민 한국어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중국 출신 우영영씨가 사례발표를 통해 제주어를 능숙하게 구사,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시어머니께 제주어를 배웠다는 그는 대형매장보다는 재래시장을 즐겨 찾을 정도로 달라졌다.
제주에 온지 6개월된 캄보디아 출신 홍파니씨는 “김장김치를 잘못 담근 자신에게 오히려 맛있다며 격려해주는 남편의 사랑에 힘을 얻고 있다”며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다.
중국 출신 송봉금씨는 “막상 제주에 와보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며 “한 때는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었지만 가족의 따뜻함으로 견디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다문화중창단의 무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중창단의 노래는 행사 참석자들을 하나로 만들어나갔다.
모두가 과거 힘들었던 시기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노래 불렀다.
어린이들의 노래 공연과 장기자랑, 필리핀 공연 등을 함께 하면서 450여명의 이주민 가족들은 한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들은 편견 없는 사회와 앞으로 제주에 정착할 이주민들이 더 이상 소외당하지 않는 세상을 소망했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제주에 정착하는 이주민들이 매년 늘어나는 등 다문화·다민족 시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며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주민을 ‘우리’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주민들은 작은 관심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며 “하루빨리 낯선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김경필 기자 kkp2032@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