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수해관리, 이제는 변해야 한다] <8>제주, 어떻게 해야하나 2)하천정비와 저류지

철저한 위험성 분석을 기초로 삼아야

2008-01-21     박미라 기자

하와이주의 홍수저감책은 그간 누적돼온 홍수기록, 홍수 피해 발생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초로 한다. 특히 강우, 유출특성, 지질특성, 기후, 지형, 유역의 크기, 형상 등이 반영, 하천별 정비 형태 등이 결정된다. 특히 오하우섬 내 하천은 제주와 같은 건천임에도 불구, 100년 빈도를 기준으로 미래를 대비해 꾸준히 정비돼왔다.

   
 
  하와이 누우아누 제3저수지  
 


△ 강우, 지형, 유출 특성 복합적으로 반영돼야

지난해 9월 태풍 나리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제주시내 주요 하천이 모든 범람하는 사상 최악의 일이 발생했다. 이상기후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또다시 하천이 범람할 가능성도 무한,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항구적인 대책마련은 절실한 실정이다.

예기치 않았던 도내 주요하천의 범람원인은 무엇보다 복개구간과 교량이다. 산간에서부터 떠내려온 나무와 잡풀 등 각종 부유물이 복개구간과 교량 내 교각 사이에 걸리면서 방어벽을 형성, 물의 흐름을 차단한 것이다.

반면 하와이주는 복개지역이 아예 없을 뿐더러 교량은 기존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교각이 들어선 넓이만큼 교량 폭을 넓혔다. 교량 역시 아치형으로 설치하거나 장식 등을 설치하지 않는 등 최대한 통수단면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적절한 지역에 사방댐을 건설해 수목을 걸러내는가 하면 사행구간 등에는 최대한 나무를 심지 않으며 물의 힘을 분산하기 위한 하천 내 옹벽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오하우섬은 제주도보다 작은 면적이지만 하천마다 제각각 정비형태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각 하천별 강우량에 따른 유출특성, 지질특성, 기후, 지형, 유역의 크기 등이 철저하게 분석되면서 하천 정비가 이뤄졌음을 의미하고 있다.

제주 역시 정확한 홍수기록을 토대로 유역별 위험성을 분석,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인위적인 시설로 통수단면을 갑자기 축소하는 등의 행위는 그간 홍수 불감증에서 비롯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령 지난 태풍 나리 내습때 하천 범람 지역이 대부분 사행구간이었다는 점을 비롯해 제주상고 입구, 연삼로변 한천교, 한라일보 입구 등은사행구간과 교량이 겹치는 지역이었다는데 주목,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하천 범람 시 다리의 통수면적은 고려하지 않고 미적인면만 부각시켜 건설된 병문천 제2교 모습.  
 



△ 저류지

하와이주는 급경사의 산악지대에서 평야지대로 이어지는 지형적 특성상 돌발홍수의 위험성이 크다.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상류에서 물의 흐름을 분산하는데 주력, 막대한 양이 물을 가둘수 있는 저수지를 시설했다.

하와이주에만 대규모 저수지가 7곳이며, 오하우섬에는 100만t 이상의 저수지가 3곳이나 된다. 호놀룰루시는 이러한 저수지를 통해 하류지역의 홍수조절 및 주민들의 낚시터, 식수공급을 위한 상수도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일정수위까지 차오르면 배수로를 열어내는 식이며, 건조한 서부지역에서는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하는 인공함양 저수지를 건설했다.

이는 오하우섬 역시 제주와 같이 산악지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하천만으로 막대한 홍수량을 수용할 수 없음을 인지, 상류에서 한차례 물을 분산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항구적인 수해방지책으로 제주시내 4개 하천 상류에 저류지 시설 계획을 발표했다. 한천 20만t, 산지천 10만t, 병문천 25만t, 독사천 4만t, 화북천 5만t 등 64만t 규모다. 그러나 과연 수용할 수 있냐는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으며, 하천별 저류지가 아닌 유역별 분석을 통해 통합적인 저류지 시설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혜자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태풍 나리로 최소한 1억t에 해당하는 비가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상류에 겨우 59만t의 저류지를 설치한다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수해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원인조사를 통해 항구적인 수해방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본적인 치수대책보다는‘눈가리고 아웅’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오 함께 전문가들은 제주의 유일한 수자원이 지하수임을 감안, 홍수조절은 물론 지하수로도 사용할 수 있는 거시적인 저류지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터뷰/호놀룰루시 수도국 체스터 라우 씨
“단 1번의 범람이라도 대책 수립해야”

   
 
  호놀롤루시 수도국 체스터 라우  
 
오하우섬 내 저수지는 1900년대초에 건설, 현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탕수수 재배가 활발하던 시절에는 경작에 필요한 용수를 제공했으며, 이후에는 식수공급, 홍수조절 등으로 꾸준히 쓰이고 있다.

오하우섬 호놀룰루시 수도국 연구원 체스터 라우씨는 “누아누 제4저수지는 1910년대에 건설됐지만 장기적인 쓰임새를 감안, 큰 규모로 건설됐다”며 “178만t을 수용할 수 있으며, 강수량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등 홍수조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78만t 규모의 누아누 제4저수지도 1979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범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 1번의 범람이었으나 간과할수는 없다는게 체스터 라우씨의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하와이주 내에서도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대책마련은 불가피하다는 것.

체스터 라우씨는 “누아누 제4저수지가 들어선 이 지점은 강우량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라며 “때문에 기존 방류수 이외에 범람을 막기 위한 인공수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안을 고안 중”이라고 밝혔다.

체스터 라우씨는 제주시 하천에 건설되는 4만~25만t 저류지 건설계획과 관련, “너무 작은것 아니냐”며 “정확한 분석이 됐는지 의문”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조성익 사진팀 차장, 박미라 자치팀 기자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