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수해관리, 이제는 변해야 한다] <9>제주, 어떻게 해야하나 3)도시계획과 홍수예경보

제주 특성에 맞는 홍수관리책 절실

2008-01-23     박미라 기자

   
 
  ▲ 외도정수장에 설치된 하천유출량 관측장비  
 

△ 업무 제자리 찾기 우선돼야

제주도는 2006년 7월 4개 시군을 폐지하고 단일광역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좁은 지역에 4개 기초자치단체가 운영,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1개의 광역자치단체가 제주 전역을 관리, 운영함에 따라 제주도는 지역특성에 걸맞은 총괄적인 재해저감책을 수립, 시행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 높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에 대한 혼란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재해대책 수립에 적지 않은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방재복구 업무 등만 하더라도 특별자치도 통합에 따라 도시건설본부에서 소방방재본부로 통합했으나 태풍 나리 등으로 대응책 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또다시 도시건설본부로의 이관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2년사이 업무가 오락가락 하다보니 업무의 배분을 놓고 잡음이 생기는 등 어느 분야보다 전문성을 키워야 할 재해저감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미래를 내다보는 재해저감책 수립 및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조직의 안정과 전문성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도시계획 연계 토지이용 관리 필요

하와이주는 홍수보험프로그램, 각종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상습침수지역을 관리하며, 홍수를 예방하는 등 토지이용관리에 적잖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주 정부는 스탠포드 법에 따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 주민을 이주시키거나 토지를 아예 구입한다. 상당히 까다로운 사안임에도 불구,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 재산피해, 홍수피해에 따른 복구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구입된 토지는 영구히 공터, 휴양지, 습지 등으로 지정, 관리되며 수용된 토지는 특별한 공공시설, 화장실, 청장이 인가한 구조물 등 이외에는 그 어떤 구조물도 시설할 수 없게 된다.

또 집중호우에 따른 저류지 및 인공함양시설, 배수로 등을 사전에 건설하는 것은 물론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공원과 공터, 함양시설이 동반된 골프장 등이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게다가 우수 처리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짐에 따라 도시개발에 따른 빗물의 하천 집중을 막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오수, 우수가 분리 처리되지 않음에 따라 빗물이 대부분 하천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도로포장율은 80%를 육박하고 있는데다 제주시와 같은 도심지인 경우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공원 등 녹지공간 부족, 우수처리시설 부재로 대부분의 빗물이 하천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재해위험도를 평가, 도시계획과 관련한 토지이용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도 수해방지종합기본계획은 도시계획에 따른 토지이용이 제한되지 않음에 따라 홍수취약지역이 무분별하게 도시화, 도심지 하천 등이 홍수피해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즉, 유역이나 지형학적인 특성을 고려한 치수대책 수립과 함께 도시계획과 연계된 홍수터 관리, 토지이용제한 등이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제주에 걸맞은 홍수 예경보 필요

제주에 걸맞은 홍수 예경보 시스템 제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하와이주를 포함한 미국내에서는 지역에 걸맞은 홍수경보체계를 도입해 운영,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각 하천에는 미연방지질조사소가 운영하는 하천수위관측소가 있다. 강우량, 지하수위, 하천유출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 호놀룰루시 수도국을 비롯해 재난관련 기관 등 관계기관과 공유함으로써 수자원 관리 및 홍수예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러한 정보와 기상관측을 토대로 기상청은 홍수경보를 내림으로써 주민들의 즉각적인 대피를 유도한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는 기상예보에만 의존, 하천범람 등을 예고할 수 있는 별도의 예경보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았다. 게다가 물이 잘 빠지는 제주의 특성상 기상청의 호우주의보 및 특보에 대해 다소 무감각해온게 현실이다. 또 중산간 지역과 제주시 도심지의 강수량이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일부 중산간 지역이 비가 올 경우 제주시 전역에 기상특보가 발령되는 식의 예보 특성상 '수해 불감증'만 더욱 커져왔다.

주변에서는 제주의 특성을 감안한 기상청의 예보 시스템 변화, 한강 등의 홍수통제소와 같이 하천범람 등을 경고할 수 있는 홍수예경보 시스템의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뷰/이덕희 하와이대 교수
“방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


   
 
  ▲ 이덕희 하와이대 교수  
 
“빈도라는 것은 의미 없다. 방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덕희 교수(하와이대)는 “100년 빈도라는 것은 100년에 한번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100년빈도, 즉 1% 발생 가능성은 그만큼 최악의 경우를 의미하고 있다”며 인식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자료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가 일정 수준에 오른 것 같다”며 “이는 그만큼 자료를 꾸준히 축적하고 분석함에 따라 나온 최선의 결과 아닌가. 발전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시적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가령 300동의 집이 들어서는 도시가 계획한다고 치면 이후 또다시 300동이 들어설 공간, 여타의 시설이 들어설 공간 등 누적되는 영향을 감안해 수해저감책도 함께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수해저감책은 튼실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위험성을 분석,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상류는 고려하지 않고 하류의 수해저감책만 세우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체계적으로 과학적인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특별취재반=조성익 사진팀 차장, 박미라 자치팀 기자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