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이 경쟁력” 작은 도시의 ‘기적’

[제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경관이 미래다] 2부 국내도시경관 <24>경북 김천시

2008-03-09     이창민 기자
   
 
  ▲ 김천시는 발빠르게 도시 디자인을 도입, 경관관리에 착수했다.  
 
경상북도 김천시는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 한국조경학회가 2∼3년마다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특히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로 2000년 도민체전, 2006년 전국체전, 지난해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후 김천시를 배우려는 전국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김천시에는 ‘3대 기적’이 있다고 한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 유치, 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사 설치, 전국체전 유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자부심이 깔려져있다.

김천시는 민선시대가 들어선 지난 1995년부터 도시공원화사업을 펼쳐왔고 도시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친환경도시로 발돋음하고 있다. 도시공원화사업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구 문제와 도민 체전의 유치에서 시작됐다.

   
 
  ▲ 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옛 우시장 부지에 조성한 조각공원.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도민 체전을 유치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자는 여론이 일었다”며 “또 대도시로 떠나려는 시민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도시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후 건축 허가 과정에서 도시디자인 도입을 주문했고 간선도로에 꽃길과 화단을 조성했다. 도로변 곳곳에 방치된 자투리 땅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하는 등 공원을 비롯한 시민 휴식공간을 대폭 늘렸다.

또 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옛 우시장 부지가 방치되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자 과감히 조각공원 설치를 추진했다. 당시 우시장 부지를 팔아 어려운 시 재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눈 앞의 재정보다는 도시 경쟁력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판단, 밀어붙였다.

지난 2000년 국·내외 유명 조각가의 작품 20점을 설치하고 잔디 광장과 인공 폭포를 만드는 등 조각공원을 조성했다. 이 조각공원은 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2004년 준공한 직지문화공원도 명소로 꼽힌다. 7만여㎡에 160억원을 들여 전통 성곽과 음악분수, 인공폭포, 실개천, 야외공연장, 높이 20㎙의 장승 등을 설치했다. 또 도로에 조각 예술품을 설치해 삭막한 도시를 아름답고 친근한 휴식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소공원 250곳이 들어서고 조각품 212개가 설치되는 등 공원과 조각도시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계적인 도시경관 관리에 착수했다. 지난 2004년 김천시 도시경관기본계획을 만들었다.

도시경관의 슬로건을 ‘길의 도시, 강의도시, 산의도시’설정했고 도시경관보전형 전략사업을 교통일대 역사경관복원사업, 직지사 집단시설지구일대 경관정비사업, 시가지내 자연경관 통합체계화 사업, 시가지내 산지연접부 조망특화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어 도시경관 조성형·정비형 사업지역을 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관조례(안)을 만들었다.

김천시는 조례(안)을 통해 도시경관을 단순한 도시의 시각 환경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경제적·생태적·미적 차원의 경관을 포괄하는 총체적 의미라고 규정했다.

또 경관지구를 도시의 자연풍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연경관지구, 문화·역사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역사경관지구, 하천 등 수변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수변경관지구으로 나누었다. 시가지 주거환경 조성과 도시경관 개선을 위한 시가지경관지구, 특별히 경관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별경관지구도 포함됐다.

   
 
  ▲ 도시곳곳에서 꽃길과 화단들을 볼 수 있다.  
 

 

   
 
  ▲ 도시곳곳에서 꽃길과 화단들을 볼 수 있다.  
 
경관 보전·정비·조성·관리를 위해 시의 중요한 계획과 시책을 심의·자문할 경관심의위원회 설치과 권한을 명시했다. 이처럼 2004년 당시, 자치단체로서 도시경관기본계획과 경관조례(안)을 제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발 논리가 우세,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경관 관리에 사실상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인 김천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시 공원과 환경, 경관에 관한 제도와 시책을 일찍 도입해 행정력을 집중시켰다. 또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꾸준히 설득시키면서 김천시만의 도시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치단체의 올바른 마인드가 도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도시 공원과 경관사업이 일정부분 규제가 불가피해 1∼2년간 시민들을 민원에 부딪혔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설득하고 문화공간 등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창민 기자 lcm9806@jemin.com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경제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