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조화 문화경관 가치 높여야

[제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경관이 미래다] 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26>들어가며

2008-04-21     이창민 기자

   
 
  ▲ 바다에서 바라본 서귀포 신시가지 혁신도시 예정부지 전경.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획기사 '경관이 미래다'는 일본과 국내의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건축 디자인의 중요성과 지역색이 묻어나는 경관조성을 위한 정책적 방안, 주민 중심의 주체적인 사업 참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가나자와는 해안에 접해 있지만 내륙 도시의 성격에 가깝게 발달했고 교토는 전형적인 내륙도시이다. 반면 오사카와 코베는 해안도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다만 오사카는 비교적 평탄한 지형위에 넓게 발달했고 고베는 주변 산으로 인해 해안을 따라 성장했다. 

 이런 지형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각 도시가 축적해온 문화적 공간과 역사적 장소를 혼재시켜 독특한 지역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또 경관과 관련한 법률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응용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가나자와·교토·코베·오사카 등 일본 도시의 답사를 통해 역사문화 기반의 경관자원에 대한 높은 의식수준, 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경관 법률의 제정과 정비 등 정책적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은 도시 경관사업을 추진중인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기획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국내 선진지역인 경우 총제적인 경관 조성과 관리 측면에서 어느정도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나름대로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대화의 과정속에 한민족의 쓰라린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덕수궁 주변, 건축가와 건축주가 서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도시건축의 문화시대를 개척한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 예술인마을, 한국적 축조미학을 현대에 전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의 화성, 도시경관 문제를 인식하여 경관조례 제정을 추진중인 김천시가 좋은 사례이다.

 이들 국내·외 사례의 시사점은 '지역색의 표출'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지역색의 표출은 기본적으로 땅에 대한 이해에 출발하는 것이며 이 땅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물리적 자원의 평가와 기후,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현대적인 삶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말한다.

 최근들어 도내에서 경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체계적인 경관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제주 경관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제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개발,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개발과정에서의 땅에 대한 배려와 역사적 가치의 수용, 자연에 대한 겸손함 부족이 문제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부조화는 문화 풍경의 훼손 차원을 넘어 삶의 환경에도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지는 상호 관련성을 갖고 있다.

   
 
  ▲ 지난해 태풍 ‘나리’로 피해를 입은 제주시 한천 인근 항공사진.  
 
 지난해 태풍 '나리'피해는 10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호우로만 탓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자연과의 부조화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경관을 문화적이든 비문화적이든 크게 변형시킨 계기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서구식 형태를 띤 대규모 관광단지 중심의 관광개발사업,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7대 선도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의 추진을 들 수 있다.

 이들 정책은 중앙정부의 주도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농업사회인 제주의 산업구조를 변화시켰거나 변화시킬 요인들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이 같은 과도기적인 제주사회의 현실 속에서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라는 소제목으로 제주경관의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높고 큰 것을 만드는 것이 발전이요 성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작지만 아름다운 건축물, 다소 불편하지만 최소한의 지형 변경을 고민하는 것, 약간 불편하지만 휘어진 구불구불한 도로, 땅위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풀을 소중히 하는 것, 땅이 가진 속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순응하려는 소박하고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느리지만 신중히 생각하며 개발하는 것, 개인적 가치보다는 공공의 가치와 이익을 우선하는 것, 모든 것을 개발하기 보다는 비워두고 남겨둠으로서 미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이런 노력들이 제주의 문화경관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이고 후세들을 위한 과제이다.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경제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