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도시 개발 철학 부재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가하다 <27>도시 발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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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 ||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해석될 수 있다. 행정 조직은 두뇌로, 물과 전기 등은 심장으로, 공원은 허파, 주거지역은 근육, 도로는 골격 등 여러 생명체가 서로 뒤얽혀 만들어진 집합체로 보인다.
수많은 세포와 조직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로 생명체가 유지해가듯이 도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제주의 도시 기능도 사회 경제의 발달과 시민들의 삶의 질 욕구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의 발달 과정을 점검, 제주 도시경관의 문제점과 대안 찾기에 본격 나서고자 한다.
1930년대 행정구역 개편 당시, 제주목은 읍으로 승격했고 대정현과 정의현은 자연마을의 집합체인 면단위로 분할됐다. 제주목은 다른 지역과 교역의 관문이고 탐라국의 성도가 위치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8·15 해방을 전후, 실향민들의 도시 유입에 따른 인구 증가로 1955년 제주읍은 제주시로 승격됐다.
이어 60·70년대에 만들어진 제주의 관광개발 계획으로 제주는 도시화와 산업화를 맞았다. 특히 제주시는 택지개발과 토지구획정리 사업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최초의 도시개발사업은 1954년에 추진된 제1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다. 제1지구는 현재 제주시청 일대이다. 제1지구 사업을 시작으로 진성동·삼성혈 지구 등 3곳이 60년대까지 개발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토지구획정리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신시가지 개발을 통한 관광도시 기능이 확대됐다. 신제주 1·2·3지구를 비롯해 신산 제2지구, 서사라 지구, 화북지구 등이 들어섰다.
이도·노형·삼양·외도 지구, 시민복지타운 등이 마무리됐고 이도2지구, 아라지구, 노형2지구 개발사업이 추진중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 등을 위한 택지개발 사업도 추진됐다. 1985년부터 일도지구를 시작으로 연동지구, 화북지구, 노형지구, 삼화지구가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됐고 삼화지구를 제외한 4개 지구 사업은 마무리됐다.
서귀포시도 동홍·신시가지 도시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하모지구 택지개발, 문화마을 조성 등을 추진해 모색했다.
이처럼 도시 규모를 팽창시킨 택지개발사업 등은 주택보급률 향상과 건설경기 활성화에 기여했으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우선 체계적인 개발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부재했다. 도시 형태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듯이 개발 방법이 현재와 미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체계적인 개발 방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 계획을 제주도에 적용, 지역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개발 방식을 도출하지 못했다. 때문에 서울과 제주의 주거 문화가 획일화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즉,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다른 지역에서 적용됐던 개발 방식을 그대로 수용, 차별성을 잃어버리는 등 도시에 ‘제주’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세계의 여느 도시가 경험했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또 자동차의 이동과 통행, 속도를 중심으로 바둑판 형태의 도시개발계획이 이뤄지면서 녹지공간과 인도는 줄어드는 등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의 중심에 자동차가 서 있는 꼴이 돼버렸다.
도시의 허파인 공원들이 도로로 둘러쌓인 곳에 배치돼 시민들이 자동차의 눈치를 보면서 공원을 오가야 하는 모습이 돼버렸다. 접근성과 안전성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도시 곳곳에 조성된 녹지공원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연결시켜 도시공간의 쾌적성과 안전성, 이동성을 확보했다. 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도로를 완만한 곡선 형태로 만드는 등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는 장치를 마련, 보행자들의 안전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무분별한 개발 수익을 위해 고도 제한이 완화되고 주위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등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이 무너지고 있다.
도시 개발은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도시 개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깨끗한 거리, 질높은 주거 환경, 녹지 공간 등 도시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자치단체·전문가·주민들의 논의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부)는 “더 많은 공공용지를 확보해 아동시설과 공원, 상업 시설을 보다 기능적으로 적절히 배치하는 등 택지개발이 거주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지역발전의 균형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특히 주변 지역과 부지의 지형적인 조건을 고려, 제주의 풍경을 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