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이질·기형적 경관

높은 건축물 폐쇄적 생활 공간…스카이라인 부조화

2008-06-09     제민일보

   
 
  주변의 상업지역을 따라 세워진 높은 건축물로 저밀도 주거지역은 폐쇄적인 생활공간이 되고 있다.  제주시 전경 항공사진  
 

 

개인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지는 풍경은 집단, 민족이나 지역이 요구하는 역사적, 종교적 상징성, 회화가 만들어 내는 동경(憧憬), 과학적 이해에 의한 가치의 발견, 관광에 의한 연출 등에 의해 그 지역이 공유하는 나름대로의 경관을 바라보는 법을 가지게 되는 데, 이것을 풍경관(風景觀)이라고 한다.

이러한 풍경관은 기후, 지형, 토지이용, 마을, 시가지의 존재, 주민들의 생활모습 등 지역 생활이 구축되는 지리학적 상태, 즉 자연과 역사, 문화 환경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를 경관(景觀)이라고 한다.

즉 경관의 개념은 환경이라는 실체의 개념보다는 관찰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조하면서 보여지고 형성돼지는 심상(心像) 혹은 이미지(image)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관조하면서 마음속의 느낌과 이미지로서의 경관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대부분 땅위에서 바라보는 것에 한정돼있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우리들 일상생활이 주로 땅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근접한 생활 공간속에서 시각적 느낌을 크게 받는 요인도 있다.

제주도는 뭍에서 떨어져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그래서 하늘과 바다를 통해 제주로 들어오며 그때 처음으로 제주의 경관을 인식한다. 그래서 타원형의 중심점에 있는 한라산을 따라 바다로 흐르는 지형적 특성상, 하늘과 바다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관이 매우 중요하다.

형상과 배경의 문제로 보면 지형적 특징에 의해 한라산이 배경이 되고 도민들이 생산하고 거주하는 생활공간이 형상이 되기도 한다. 방향을 바꾸어 바다를 향하면 바다가 배경이 되고 생활공간이 형상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이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의 경관은 거리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경관의 특징과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라산과 중산간의 경계 그리고 바다의 경계선의 모호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고 일체화된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한라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하천, 그리고 오름이라는 점(点)과 선(線)적인 경관요소들이 독립적이 아니라 상호 관련성을 가지며 독특한 집합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도시화와 비도시화된 공간(자연 환경)으로 구분돼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제주의 경관을 특징짓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생각된다.

   
 
  부지를 깨끗하게 밀어내고 새롭게 건축물을 짓는 이른바'싹쓸이 방식'은 미래의 제주경관을 생각할 때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그러나 경관을 저해하는 요인들도 적지않다.

첫째, 용도지역제의 문제이다. 도시 경관은 용도 지역제로 인해 도로 주변의 상업지역를 따라 세워진 높은 건축물로 인해 저밀도의 주변 주거지역은 폐쇄적인 생활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부자연스러운 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해 배경이 되는 한라산이나 오름의 존재를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도시공간속 녹지공간의 절대적 부족으로 비도시화(자연환경)과의 부조화가 심화돼가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혁신도시가 자연 환경과 지역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도시 형태인 신시가지의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건축물의 규모 문제다. 기본적으로 바람과 지형의 영향으로 제주의 건축은 크지 않다. 이 것이 제주 건축을 외형적인 형태와 함께 아담한 느낌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고도완화와 함께 대규모 건축물이 세워짐으로서 이질적이고 기형적인 경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셋째, 광대한 면적의 개발과 개발방식의 문제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도시개발사업지구, 골프장개발지 등 대부분 개발사업들이 부지의 환경조건에 대해 전체를 남길 것인지 부분적으로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개발의 편의성만을 고려해 부지를 깨끗하게 밀어내고 새롭게 건축물을 짓고 나무를 심고 있다.

이른바 '싹쓸이(Scrape and Built) 방식'이 자행되고 있다.

경관은 아름답고 안전하고 쾌적함을 추구한다. 발전이라는 이름아래 그리고 지역 활성화는 이름아래 비문화적이고 비상식적인 개발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심각하게 재고(再考)해야 한다.

 

   
 
 

제주 중산간지역에 건설중인 골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