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객 2천만·총생산 6조 꿈 아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송재호

2008-07-06     김철웅 기자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제주관광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이다. 1990년대 중반 제주도 정책전문위원으로 관광 등 지역개발 정책 입안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로 제주관광 개발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지금은 국가 전체의 문화.예술.관광 분야의 국가정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제주관광에 대한 '아웃사이드'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그를 만나 우리나라와 제주의 문화.관광에 대한 얘기들을 들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송재호

 
 


"관광 인구 3억5천명으로 잠재력 충분"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소개해 달라.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다. 국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관광에 대한 국가정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우리는 21세기 국부의 원천을 문화와 관광으로 인식하고 '문화와 관광을 통한 행복한 나라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지역 경쟁력의 총합이라는 가치판단 아래 한국 문화와 관광의 밑그림으로서 특색 있는 지방의 고유모델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엮어내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 한국관광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 한국관광의 잠재력은 크다. 한국을 둘러싼 항공시간 2시간 이내 거리에 관광할 수 있는 소득수준인 1만 달러 이상 인구가 3억5000만명이나 된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한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지역을 여행하는 국제관광객수가 1억명이 넘는다. 내국인의 국내 관광도 연간 5억명이나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이 잠재력을 가시화 해내지 못하고 있다.

△ 한국관광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
- 관광산업은 일반 제조업보다 고용을 2배 이상 창출하고 반도체산업의 2배가 넘는 외화가득률을 보인다. 분명 차세대 신성장동력 산업이다. 정부는 이런 관광의 잠재력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말부터 관광을 필두로 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새정부 들어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관광경쟁력 강화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대한 대폭적 규제완화와 행.재정적 지원 강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관광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문화, 우리만의 고유 영역 개발해야"
△ 우리나라의 문화는 어떤가.
- 탈산업화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이제 문화는 약방의 감초, 들러리가 아니다. 나라 발전의 핵심동력이다. 세계 각국 각 지역이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문화의 잠재력과 가치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화가 갖는 사회경제적 가치 구현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재배분, 문화예술과 국가발전, 국민을 연결하는 문화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문화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고 있다.

△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문화를 평가한다면.
- 최근의 지역개발학은 '지역의 발전 수준은 지역이 보유한 창의성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문화야말로 창의적 과정의 산물이자 영적, 지적, 정서적, 신체적 활동의 최고 결정체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 문화와 예술의 창달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제주의 문화현실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도민행복은 물론이고 사회통합과 경제적 성장 동력으로서도 부족함이 많다. 시설과 콘텐츠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과 인력이라는 웨트웨어 등 모든 측면에서 획기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

△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 문화예술의 진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백년대계의 사고로 보다 길고 넓은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취급되는 장르보다는 우리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도 독특한 영역을 주목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적인 문화 예술이 과연 어떠한 것들이냐를 규명하고 연구하고 정리하는 작업들이 선행돼야 한다. 나아가 우리만의 고유성을 세계적인 문화·예술에 접목, 더욱 나은 것으로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관광이 제주의 미래 열 것으로 확신"
△ 제주관광을 진단한다면.
- 제주야말로 도시와는 다른, 해양에 떠 있는 섬으로서 대륙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고 싶어도 항공 티켓조차 구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잠재력 있는 자원은 많다지만 상품으로 개발,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데는 아직도 할일이 많다. 이게 바로 제주관광의 안타까운 얼굴이다. 주민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관광을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 그렇다면 제주관광의 가능성은 없나.
- 아니다. 앞으로 관광이 제주의 미래를 열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까지 겨냥하는 국제관광보다는 중국.한국.일본 동남아 일부를 우리의 시장으로 하는 역내관광을 우선 지향해야 한다. 제주관광,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잘 깔아주고 주민이 호응하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주변의 5억5000만 관광객 가운데 2%인 1100만명, 나아가 2000만명인들 못 데려 오겠나 싶다. 관광으로 10만개의 일자리 만들기와 6조원 규모의 지역총생산 창출이 꿈만은 아니다.

△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 관광이 산업이 되기 위해선 계량적 통계기반을 확실히 갖추고, 관광의 애로를 타개할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박스권에 갇혀있는 지금의 답답한 제주관광을 타개할 수 있는 강한 임팩트가 절실하다. 신공항 건설, 도내 면세지역화, 20% 수준의 공공투자 강화, 엑스포나 올림픽 같은 메가이벤트 개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도 베이징.홍콩.타이페이.서울.도쿄 등 동북아 주요 국제도시의 배후 휴양지를 지향하는 관광중심으로 추진하도록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논의 그만하고 하나라도 실천할 때"
△ 제주관광을 바라볼 때 중앙(국책연구기관장)과 지역적(제주대 교수) 시각의 차이는.
- 제주를 제주에서 바라보는 인사이드 시각도 필요하지만 한국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세계적 수준에서 제주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아웃사이드적 관점도 중요하다. 특히 세계적 관점에서 제주를 평가하고 경쟁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시설과 콘텐츠, 인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동아시아의 관광라인, 태국에서 시작해 싱가폴·하이난·홍콩·인천 영종도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국제관광축에서 제주가 자꾸 소외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 제주 발전을 위해 도민들에 대한 당부는.
- 감히 말한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인식을 바꿔야한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는 세상이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지역 개발사업자들에게 웃돈을 요구한다든지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들은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 그리고 논의만 할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실천을 해야 한다. 방향이 서기전까지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갈등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지역발전의 방향이 합의되면 하나로 합심해서 밀어주는 성숙한 자치역량도 아쉽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국제자유도시 5년, 특별자치 2년, 세계자연유산 1년, 참으로 제주에 기회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제주미래발전과 연결하는 것은 바로 제주도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제주인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하나로 통합, 사람도 키우고 훌륭한 리더십도 만들어 '위대한 제주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김철웅 기자 cukim@jemin.com

  ● 문화·관광 정책개발 사령탑 송재호 원장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과 관광산업 분야의 국가정책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48)은 제주도 토박이다. 표선면 출신으로 제일중과 제일고를 졸업했다.

송 원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경기대 대학원에서 관광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제주대 경상대학 관광개발학과 교수로 재직중 지난 2006년3월 국책연구기관장으로 발탁, 지금에 이르고 있다.

송 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비롯, 지역특화 및 중앙과의 균형발전, 한국의 글로벌화와 국제적 위상 제고 방안 등 주요 국정과제 개발에 참여하고 자문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역대학의 관광 관련 학과 교수라는 직책 외에도 제주도정과의 '깊은' 인연으로 지역 개발 정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

송 원장은 1994년 개방형 공무원제 도입되자 제주도 정책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제주도정과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 등 제주의 수많은 공공정책과 지역문제의 사회적 대응에 참여해 오고 있다.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로서 그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제주도·제주시·남제주군 등을 위해 주요 관광정책을 심의·자문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했고 민주노총이 추천한 노동부 지방노동사무소 공익조정위원으로 노사문제의 해결에도 힘을 보탰다.

"문화와 환경이야말로 제주의 미래자산"이라고 주창하는 송 원장은 관련 단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위원, 유네스코 한국위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이사를 맡아 정책개발 현장조사 등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송악산녹색연대'와 '곶자왈사람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제주의 환경자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한편 제주농아복지관 후원회장, 제주지체장애인협회 정책고문 등을 맡아 '나름' 소외계층의 복지와 분배 문제 해결에도 고민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지구촌 시대 개방화에 맞선 제주관광산업의 경쟁력 찾기에도 노력, '제주도자유도시구상의 관광정책적 함의' '제주형 관광자유도시 논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관광분야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해역 문화자원 활용방안' '금강산 육로개방과 제주도' 등의 연구결과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또 '전환기 제주도 지역개발정책의 성찰과 방향' '제주관광반세기' '농촌관광의 이론과 실제' '지상의 낙원- 하와이(역서)' 등의 책도 썼다.
서울=김철웅 기자 cukim@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