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등 각종 개발 아름다운 해안 경관 잠식
[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31>해안에서 바라본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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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안선을 따라 이뤄진 매립과 각종개발은 월파 피해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드문 자연 경관과 문화의 유일한 보고(寶庫)이다. 이중에서도 더욱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바다와 관련된 경관과 문화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물위에 떠있는 섬, 제주는 자연히 바다와 땅과의 관계 속에 모든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의 지질학적,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바다, 해안, 중산간 그리고 한라산이라는 영역이 나름대로 기능과 역할을 갖고 존재하기 때문에 제주도의 역사문화와 경관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해안지역은 제주의 역사문화, 그리고 경관적으로 의미있는 지역이다. 상당수의 마을이 집중되어 있는 생활공간이자 한편으로는 생산 활동공간이기도 하고, 관광객들의 출입이 많은 관문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안지역의 경관은 육지의 해안경관과는 다르다.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지질학적 특성상,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해안마을의 배치형태도 바닷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히 군집(群集)을 이루면서도 나름대로 지형조건과 배수의 관계를 고려해 배치됐다.
그리고 바다와 한라산 언덕을 배경으로 어업과 농업, 목축업을 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여 왔다. 이것이 제주의 해안과 마을의 고유풍경, 원풍경(原風景)을 만들어 왔던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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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로 둘러싸인 제주의 해안(왼쪽)과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제주의 해안(오른쪽) | ||
또 여기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왔던 도민들의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아담하게 만들어진 포구, 근해에서 조업하는 어부의 안전한 귀항을 위해 돌과 시멘트로 만들어던 도대불,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성함을 기원하기 위한 포제와 포제단, 식수와 빨래터의 영역을 구분해 사용하는 등 지혜롭게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던 용천수 등이다.
그러나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개설되고 어항의 근대화라는 이름아래 많은 포구가 확장됐고 문화공간과 유원지를 만든다며 상당한 지역을 탑동과 같이 매립했다. 또 해안 개발규제의 완화로 카페와 횟집, 펜션, 그리고 양식장들이 아름다운 언덕을 잠식(蠶食)하면서 제주해안의 고유풍경이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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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탑동에 설치된 그물망 | ||
특히 제주의 산업구조가 변화면서 제주의 풍경도 변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의 해안을 따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양식장은 제주 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해안 경관을 해치고 있는 시설물로 지적받고 있다.
가족관광과 체험 관광이라는 새로운 관광숙박시설로 등장한 펜션은 해안에 고층화, 집중돼있어 해안경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와 경관의 훼손이라는 대립적인 갈등 문제 속에 직면해 있는 것이 제주의 현실이다.
하지만 도시와 마을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마련한 삶의 터임과 동시에 그 시대의 문화수준과 사회상을 표현하는 유산이기도 하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나지막하고 옹기종기 군집(群集)을 이룬 마을모습, 완만한 곡선과 높은 담장의 집들의 풍경,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고 휴식의 공간이었던 마을 입구의 팽나무, 포제단 등등 탐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공간과 흔적이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고 또 보존해야 한다.
앞으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면 제주의 멋과 독특함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