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만을 고집하는 붙박이 삶…

제주인, '돔'자 뺀 '자리'라고 불러

2008-08-12     조성익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바닷물마저 데워 버릴것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제주바다는 쿠루시오난류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중생물들은 짝짓기와 산란을 통해 종 보존을 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들어간다. 여름철 제주의 대표 어종인 자리돔들도 바위틈사이에 산란을 하고 천적으로부터 알을 지키려고 어미들은 몸부림을 친다.  본보는 창간호(6월2일자)에서 기획연재 '수중산책'프롤로그를 시작한데 이어 이번주부터 격주로 화요일마다 '수중산책'을 연재한다.

   

 

 

알을 지키는 자리돔

 
 
△ 바다온난화로 서식지 북상
자리돔은 쓰시마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남해의 외해에 면한 섬, 울릉도 등 산호와 암초가 많은 지역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물고기이다. 최근 바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그 서식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다.

몸은 계란 모양이며 색깔은 옅은 다갈색을 띈다. 가슴지느러미의 시작 부분에 흑청색의 반점이 있다. 물 속에서는 등지느러미 끝의 꼬리자루 쪽에 흰색 반점이 있다. 이 반점은 사람에게 잡혀 물 밖으로 나오면 사라진다.

수심 2∼15m의 산호초와 암초가 있는 연안이나 육지에서 떨어진 바다에 큰 무리를 이루어 중층과 하층을 헤엄쳐 다닌다. 먹이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산란시기는 5∼8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 수컷은 암초의 오목한 곳을 청소한 후 암컷을 유인하여 산란하게 한다.

자리돔의 알은 놀래기류, 게 등 바다생물들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다.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지느러미를 흔들어 알에게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주위에서 알을 보호한다.

산란은 주로 만조에서 간조 사이에 이루어지고 산란기 동안에 2주에 1번, 총 5번 정도 알을 낳는다. 암컷은 한번에 약 2만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수정 후 약 4일 만에 부화하며, 부화에 적당한 수온은 20℃이다.

   
 
 

부화직전의 자리알

 
 
△ '자리돔' 이름의 유래
자리돔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가능한 떠나질 않는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붙박이로 일생을 보낸다. 그래서 이름도 '자리돔'으로 불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리돔을 참새 작(雀)자와 도미 조(調)자를 써서 스즈메다이(昨朝, suzumedai)라 부른다. 자리돔의 색깔, 모습 뿐만 아니라 무리지어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 습성까지도 참새를 닮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그냥 '자리'라고 부르는데 굳이 '돔'자를 붙여 이미지를 높이지 않더라도 자리는 제주인에게 돔 이상의 먹을거리로 전통 음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시기인 5∼8월 사이가 가장 맛이 좋다. 제주 속담 중에는 '자리 알 잘 밴 해 보리 풍년 든다'라는 말이 있다. 

※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