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 감정전문가 양의숙 대표

“고가품은 원형.아름다움에 수요가 있어야”

2008-08-24     김철웅 기자
 

 

 


예술인마을 명소화 위한 지원 희망

제주도다움 위한 획기적 발상 필요


한 방송국의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고미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3년 된 이 장수 프로그램 첫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방마님’이 바로 제주 출신의 양의숙 감정위원(예나르 대표)이다. 다른 고미술 감정전문가들이 교체돼도 요지부동일 수 있는 것은 ‘공인된’ 실력과 공신력 때문일 것이다. 서울 소격동에 있는 그의 화랑 예나르에서 만나 고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그리고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제주국제협의회의 제주도 미래 비전을 위한 활동과 조언들도 들었다.


“오래됐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


△ 고미술품에 대한 감정기준은?

- 원칙이 있다. 우선 오래된 것만이 좋은 건 아니다. 원형이 가능한 보전돼야 하고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며 수요와 공급이 10대8 정도 유지될 때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이를테면 시대가 앞선 고려청자가 값이 비쌀 것이라고 해도 막쓰던 잔이나 생활기는 값이 굉장히 싸다. 하지만 조선시대 어떤 병이 하나 나왔는데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조형적으로 아름다우면 고려청자에 500~600년 시대가 뒤떨어져도 값이 훨씬 더 나간다.


△ 희소성이 높으면 가격이 높을 것 같은데.

-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도 비싸다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적으로 수요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좋아하는 사람과 현재 있는 유물과의 관계에서 수요가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되고 공급이 8이면 수요는 10정도일때 가격의 상승효과가 있다. 화폐 같은 게 옛날에는 비쌌는데 지금은 가격이 별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좋은 것은 컬렉터 손에 들어가버려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 유행은 타지 않나.

- 물론 시대적인 흐름이 있다. 굉장히 중요하다. 10여년 전에는 도자기의 경우 소품의 인기가 굉장했다. 애호가들이 그런 것을 구입해서 자기가 혼자 감상한 뒤 장롱 속 깊이 간직하곤 했다. 요즘은 ‘과시형’으로 “내가 큰 달항아리 백자를 하나 사서 나도 즐기고 방문객도 같이...”하는 식으로 선호도와 취향이 바뀌었다. 나만의 ‘비밀 감상’에서 누군가와 감상을 공유하는 쪽으로 선호도가 달라지면서 그런 것에 의한 가격 차이가 크다.



“중앙무대 예술가 관심 놀라울 정도”


△ 저지 예술인마을에 입주 동기는.

- 예술인 마을 조성 당시 저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예술인 마을에 둥지를 튼다는데 나는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19년을 살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한경면 저지는 제주에서 학교 다닐 때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오지 중에 오지였다. ‘묵은성’ 성안에 살던 사람이,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맨처음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보니까 어딘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옆에 누가 있느냐, 누구와 같이 더불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집을 짓고 나서 더더욱 그런게 절실하게 느껴져요.


△ 저지 예술인마을의 가능성을 말한다면.

- 안타까움이 있다면 요즘 예술인마을이 소강상태에 있거든요. 지금까진 전국을 두두 다녀봐도 활성적으로 예술인 마을을 조성한 곳은 제주도 밖에 없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다. 관광코스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제주도에서 정책적으로 적극 개입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술인마을로 만들어 외국에 있는 작가들까지도 귀착해 지내고 싶을 만큼 지원이나 관심을 가져달라는게 바람이자 소원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분들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 사단법인 제주국제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이 단체는 21세기 지구촌시대에 제주를 가장 살기 좋은 평화.번영.복지의 섬으로 만드는 길을 찾는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1991년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창립이후 지난 17년간 제주도의 현안을 중심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매년 꾸준히 세미나나 도민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이 결과를 책으로 발간해 왔다.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제주도를 사랑하는 도내외 2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분들의 지혜를 모아 고향 제주도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좋은 세미나에 귀막는 우물안 행정”


△ 9월말 경에 제주도에서 제주어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데.

- 지난 6월27일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요시후미 타카시 일본 류큐대 교수와 윌리엄 헌터 제주대 강사 등을 초청,  ‘제주민속의 산업화’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는데 아쉬움이 크다는 ‘민원’이 있어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엔 지난 6월 강영봉 제주대 교수의 ‘제주어의 관광상품화’라는 주제 발표의 연장선 상에서 제주도 정서에 맞는 보존과 관광상품화 대책 등 제주어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될 것이다.


△ 활발한 활동인데, 하지만 행사를 하면서 안타까움이라면.

- 제주도에서 행정을 하는 분들에 대한 것이죠. 어찌보면 제주국제협의회가 그분들의 고민을 대신해주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고 설령 오더라도 얼굴도장 찍곤 금방 돌아가 버리기 일쑤다. 그분들이 정말 절실하다고 생각해서 “아, 이런 아이디어들이 있구나” 하면서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자세도 돼야 된다. 그분들이 경청해서 그것을 행정에 반영하고 발전시켜야 제주도가 달라지는데, 좋은 세미나가 있어도 귀를 막는다면 우물안 행정 밖에 되지 않는다고 봐요.


△여성으로서, 특히 섬 출신으로서 고미술협회 특별감정위원 등 나름대로 일가를 이루는데 애로는 없었는지.

- 저가 젊었을 땐 “말은 제주도로 가서 키우고”하면서 제주도를 폄하하는 말이 있었지만 제주도 출신임을 부끄러워 한 적이 없다. 근데 뭐 옛날에는 “제주도 촌년이...” 이랬을런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활동했어요. 공부도 할만큼 했고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투명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심하게 말하면 “나보다 잘난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는 자신감을 갖고 생활했어요.


“제주도만의 고유한 것 키워나가야”


△ 민속자료 분야에 종사하는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은데.

- 보람은 서울시립박물관 등 요즘 새로 생기는 박물관들의 도록들을 볼 때죠. 도록 표지에 있는 대부분이 저를 거쳐간 것들이기 때문이죠. 내가 이 좋은 물건들을 이렇게 다 갈만한 자리에 가서 사람들에게 공개, 영원히 볼 수 있게 했다는 사실에 저 나름대로 자긍심이나 보람을 느끼죠. 그리고 박물관이나 이런데서 어느 물건이 ‘예나르’ 이름을 가지면 ‘틀림없다’고 99%는 인정해주고 있어 그런 것에서도 자긍심 갖는다.


△ 고향을 떠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후배들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 서울에 와서 보니까, 취직을 하던지 절대 꼴찌로는 다니지 않는다. 제주도의 지리적이나 환경적인 여건 때문에 입문할 때 어려운 거지 일단 입문하면 굉장히 나름대로 자기역할을 소임을 다하는것 같다. 하지만 뭐든 쉽게 배워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생을 두려워 말라는 얘기다. 사명감이나 의무감을 갖고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면 고생이 즐거움이고 투자일 수 있다. 뭐든 주인이 시키니까 하고 월급이나 받지 말고 스스로 사명감과 목적의식을 갖고 일한다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개방화 시대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조언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뭐든지 특화되게 제주도만의 정말 독보적인,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주도만의 고유한 것을 키워나가야 한다. 요즘 제주도 큰 호텔도 재벌회사가 하고, 골프텔이 생겨서 골프 관광객도 다 거기로 들어가서 돈이 입금되면 1초도 안돼 서울로 와버리고, 제주도가 관광 식민지화 한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끝까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진취적이고 획기적으로 제주도다운 방향설정을 해서 밀고 나가야할 것이다. 음식도 생활도 그렇게 해야 하고 도로도 제주도 다워야 하는데 하와이나 서울의 흉내를 내려는 것 같다. 좀 더 넓은 시야와 큰 귀를 가진 제주도정을 기대해 본다. 서울=김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