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제주바다를 노닐다.

[수중산책] 3. 원색의 물결 '연산호'

2008-08-27     조성익 기자

   
 
   
 
빛은 수면에서부터 빨간색부터 급격하게 흡수된다. 수심 30m부터는 수중이 온통 짙은 남색과 검은색으로 보인다.

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노래한다.

연산호도 다이버가 빛을 비쳐주지 않으면 그저 무채색의 초라한 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빛을 받는 순간 연산호는 노랗고, 빨간 그 원색의 화려함을 뽐낸다.

혹자는 연산호 군락지가 넓게 분포하는 제주의 바다 속을 '신들의 정원'이라고 극찬한다.

◇연산호의 천국, 제주

제주바다는 쓰시마 난류의 영향을 직접 받아 연중 따뜻한 수온을 보여 연산호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갖고 있다.

연산호들은 대략 수심 50m까지 분포하며 30m가 넘으면 숫자는 줄어들고 대형 개체들이 주로 서식한다. 종 수나 양으로 볼 때 30m까지가 주 서식지라고 할 수 있다.

연산호는 바닷속을 떠다니는 입자성 유기물이나 플랑크톤 등을 폴립에 있는 촉수를 이용해 잡아먹으며 고착성 생물이므로 해류가 먹이를 운반해 주지 않으면 살수가 없다.

연산호의 이름에 맨드라미, 꽃 총산호 등 꽃 이나 식물 이름이 붙은 것은 수중에서 보면 마치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산호류는 약 120종이며 이 중 70%가 넘는 종이 제주도에 서식한다.

그중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종도 70종이 넘는다. 결국 산호류 중에서 절반 이상이 제주도에만 서식하고 있다.

서귀포 연안의 새섬, 문섬, 범섬 주변에는 수직절벽이나 경사가 급한 수중 경사면이 많아 연산호 군락이 많이 발달해 있다. 이런 곳은 치어들이나 저서동물, 갑각류, 고등류, 해면동물들이 많이 서식해 종 다양성이 매우 높다.

서귀포 앞바다는 열대해역에서 북상승하는 쿠루시오해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의 영향으로 수중 동식물들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 한국산 신종, 미기록종들의 서식지로써 우리나라 수중생태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문섬과 범섬지역은 2000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섶섬에서 문섬, 범섬지역은 2002년 해양보전지역(MPA),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2004년에는 제주 연안의 연산호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명실공히 세계적인 바다로 인정받고 있다.

   
 
   
 
◇체계적 보존책 절실

어느 한나라의 자연자산을 생물다양성의 시점에서 본다면 서귀포 바다의 다양한 해양 생물상은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연구에도 그 비중이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양생태계 보전을 상징하는 생물을 깃대생물이라고 하는데, 연산호는 제주도 전체 해양생태계 보전을 상징할 수 있는 깃대생물이다.

하지만 제주도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일단 생물권 보전지역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할 뿐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정보 취득에는 게을리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연산호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연산호와 서식형태나 주변환경 등 체계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중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연구기관과 행정적 지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이버들과의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