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 획일적 거리 풍경

[기획=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36>거리에서 본 도시 경관

2008-09-01     이창민 기자
   
 
  ▲ 도로에 가로수와 조각작품을 이용해 중앙분리대를 만든 경북 김천시.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적 의미 배제 근대 도시계획 비판 직면
해외 선진지 옛 정취 물씬 풍기는 거리, 예술·문화의 거리 조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의 거리풍경 필요

거리는 이동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존재하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업·문화 공간이 공존하는 삶의 공간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자동차가 이동의 보행 도구로 등장,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사람의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도시계획도 자동차의 속도와 이동을 중요시하는 등 자동차 중심의 기능적 도로 건설에 충실하고 있다. 자연히 비인간성, 비문화적인 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문화·자연을 위한 도시계획 노력이 점차 확산되면서 자동차 중심의 거리에 초점을 두었던 근대 도시계획이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제주의 거리 역시 근대적 도시 이념을 그대로 수용해 정량적 수치에 의한 계획, 자동차 중심의 이동성과 기능성에 충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의미는 배제되면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획일적인 거리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는 특별하다고 말한다. 기후가 특이하고 살아왔던 삶의 역사와 문화가 특이하고 무엇보다 제주의 땅과 지형, 자연적인 형태가 특이하다.

때문에 도로를 계획할 때 자연과 역사의 조건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배려와 고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제주의 풍경이 녹아 스며드는 거리가 된다. 사람을 위한 거리로 되돌려줄 때 인간·자연·문화 중심의 도시가 탄생된다.

이는 일본의 자치단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토시의 청수사(1994년)는 고대 목조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고 교토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청수사에 오르는 거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가게들이 즐비해 옛 정취를 물씬 풍긴다. 지난해 관람객이 900만명으로, 제주도의 연 관광객(500여만명)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옛 정취를 물씬 풍기며 관광객을 유혹하는 청수사 거리는 교토를 운치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오사카는 시내 번화가인 미도스지의 인도 폭을 5∼6m로 항상 유지해 시민들의 여유로운 통행을 배려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조각들을 설치하는 등 미도스지 거리를 예술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고베와 가나자와시는 거리에 물의 공간을 마련하고 꽃과 화분을 놓는 등 고풍스럽고 청량감 넘치는 도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일본 등 선진지역의 거리 조성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도시재생사업과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자전거거리 조성사업 등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개발방식을 탈피해 역사성과 문화성에 대한 흔적,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행정과 전문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면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의 거리를 조성할 때 주요 장소와 지형 조건에 따라 오름과 하천, 바다,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View Point)를 만드는 것, 거리에 접한 건축물이 다양하게 보여지고 느껴질 수 있도록 도로의 폭과 형태를 계획하는 것, 거리에 다양하고 세련된 가로시설물을 설치하려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자연·인간·문화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있다면 제주의 거리 풍경은 훨씬 제주적이면서 세련되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