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전통의 배려 제주다움 도시풍경 가능

<기획=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38>제주의 도시 경관

2008-10-05     이창민 기자
‘경관이 미래다’ 기획은 지역의 갖고 있는 경관의 중요성과 문화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면서 경관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도시경관의 선진지역 취재를 통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반영된 경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적인 접근을 파악했다.

특히 일본의 도시들이 지역의 특징적인 이미지를 표출하면서도 어메니티(amenity) 즉, 주거의 쾌적성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은 제도권과 비제도권에서의 노력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도시경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 시민운동으로 펼쳐진 비제도권의 노력에 지역의 문화와 특성에 맞는 도시경관 정책을 마련한 행정의 마인드가 결합된 것이다.

일본은 최근 경관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도시경관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오래전부터 풍치지구, 미관지구를 비롯한 다양한 도시경관 관리체계가 근대적인 도시형성 과정에서 축적돼왔고 일본적인 문화 풍경의 요소가 남아있다.

이는 굳이 경관법이 아니라도 행정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도시경관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공간화와 고층·고밀화의 아파트 주거문화로 인한 지역성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단순한 도로, 단순한 건축물을 대량 생산하면서 국내 모든 도시가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도시계획과 도시 공간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시들을 취재하면서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개발의 키워드는 역사와 문화, 인간, 자연의 존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순히 법에 의해 시도된 프로젝트들이 아니고 여유로운 삶의 공간, 자연으로의 복귀를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사례도 있었다. 쾌적한 도시경관은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주는 특별하다고 한다. 단순히 최남단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행정적 구조의 특별함이 아니라 한라산의 장대한 풍경이 특이하고 제주의 땅과 지형, 지세가 특이하고 토질이 다르고 하천이 건천인 점이 특이하다.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제주의 마을과 건축이 생성됐고 생산양식도 결정됐다. 때문에 도민들의 풍경 인식도 다른 지역 주민들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못한 개발로 직선적인 거대한 도로가 개설되고 바다와 하천을 복개하고 매립하며, 평탄한 택지개발과 거대한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제주 고유의 문화풍경이 변화됐고  제주의 특이함도 상실됐다.

제주다움 또는 제주스러운 고유경관을 형성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최소한의 노력과 시도가 있어야 한다.

첫째, 땅에 대한 존중이다. 화산섬이라는 제주 특유의 지질학적 특성과 제주의 땅이 가진 지형과 지세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 자연적인 조건을 배려한 건축은 제주다움의 스카이라인을 만들 수 있다.

둘째, 전통공간에 대한 이해와 응용이다.  도민들의 오랜 경험과 철학적 사상이 녹아스며든 제주 전통초가에 대한 이해, 즉 형태적 미학 뿐만 아니라 공간적 미학으로 전개돼야 한다.

셋째, 스케일의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제주의 건축물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 않다. 이는 바람에 대응하기 위한 고려이면서도 원풍경이 되는 한라산과 오름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조화로운 경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비롯됐다.

구조물은 땅을 존중해야 하고 주변의 경관을 압도하거나 훼손하면 안된다. 이것이 스케일의 중요성이고 크고 높은 건축물이 제주지역에서는 어색해 보이는 것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다. 땅과 공간, 제주적인 스케일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지역이 지닌 잠재적인 자원에 대한 인식 전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