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감옥, 근대사 상징하는 역사관으로 탈바꿈

[국제평화 르네상스 제주] 2. 한국사회와 다크 투어리즘 ③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공원

2008-10-20     현순실 기자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지금은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학생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이 현장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감옥인 서대문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예순네 살의 나이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암살하려 폭탄을 던졌다 붙잡힌 강우규와 사이토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송학선,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인 안창호, '임꺽정'을 쓴 홍명희, '님의 침묵'을 쓴 한용운 등. 기록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만 5000여명, 모두 4만명이나 되는 민족해방운동가들이 투옥된 서대문형무소.  내년 서대문독립공원이 전면 개선되면서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한 일대가 한국 근대사를 상징하는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감옥'에서  '역사관'으로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대문형무소는 일본인의 설계로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5만원을 들여 지었고, 480평 규모의 감방과 80평 정도의 부속시설로 수용인원은 500여명 정도였다.

그때 전국 8개 감옥 전체 수용면적인 300여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감옥이었다. 1908년 10월 21일에 경성감옥(京城監獄)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뒤, 일제에게 우리의 국권이 빼앗기자 이에 항거하는 민족독립운동이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일제는 수많은 우리나라 애국지사들을 체포 투옥했다. 수용인원이 증가하자 그들은 마포 공덕동에 또다른 감옥을 지었다.

경성감옥은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경성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그 이름이 바뀌면서 1987년 11월 서울구치소가 의왕시 청계산 기슭으로 이전할 때까지 약 80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교도소로 기능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통치의 잔혹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곳을 거친 애국지사가 4만여명에 이르고, 또 이강년(李康秊)·허위(虛爲)·이인영(李麟榮) 등의 의병장, 강우규(姜宇奎) 등 의열투쟁을 한 열사들, 유관순(柳寬順) 등 3·1운동의 선봉에 선 투사들 등 모두 400여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옥사하거나 처형됐다.

이 일대에는 1992년 서대문독립공원이 조성됐고, 1998년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문을 열어 많은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완과 청사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역사관의 1층 '추모의 장'에는 영상실, 안내실이, 2층 '역사의 장'에는 민족저항실·형무소역사실·옥중생활실이, 지하 1층 '체험의 장'에는 임시구금실과 고문실 등이 있어 일제의 각종 고문 모습과 형구들을 문헌과 고증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절반의 역사'는 유감

서대문형무소가 세워진 것은 1908년, 문을 닫은 것이 1987년이니 약 80년의 역사를 지녔다. 지금의 서대문형무소가 기록하고 있는 시간은 1945년 해방때까지다.

역사학자인 한홍구는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史」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는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뿐 아니라, 해방 뒤에도 한국의 대표적인 교도소였고 진보당의 조봉암(曺奉岩) 등 많은 민주인사들이 독재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곳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와 사형장이었으며, 1987년 서울구치소가 이전할 때까지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투옥된 사람들 중 다수가 재판을 받기 위해 거쳐 간 곳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감옥의 성격을 항일애국지사들을 탄압하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일제가 수형자 일반에 대한 처벌과 통제를 통해 조선의 전체 대중을 통제·훈육·교화하려 하였는지를 보여주진 못했다고 꼬집는다.

이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일제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만행뿐 아니라, 이런 근대국가권력의 시민통제 방식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생생한 역사의 교육현장이 될 것임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 근대사 상징하는 역사공원으로 

여러 지적에도 불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대 서대문독립공원과 함께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많은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됐다. 

서대문독립공원만 하더라도 공원 방문객은 외국인 관광객 5만여명을 포함해 연간 80여만명에 이른다.

얼마전 취재차 이곳을 찾았는데, 평일인데도 현장체험 차량 수십대가 공원에 주차돼 있었다.

이날 학생들의 체험학습 일환으로 120명의 학생들을 동원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김세란 교사(의정부 솔뫼교·34)는 "예전 봄·가을소풍 개념이 지역·학교·학년에 따라 역사체험학습 등 다양한 체험교육으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역사 체험장이며, 한국 근대사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어보는 계기의 장이 되고 있다.

애국지사들이 고문당하는 체험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김지현 학생(솔뫼교·6년)은 또랑또랑한 말씨로 "나도 우리나라 독립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현 학생은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통일이 되지 않았으니,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라면서 "독립을 위해 세계에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도록 알리는 사람이 꼭 되겠다고 밝혔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함께 서대문독립공원이 우리 근대사를 상징하는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최근 서대문구 현저동 10만9194㎢ 규모의 서대문독립공원을 내년 8월까지 30억원을 들여 전면 개선, 독립운동을 비롯한 한국 근대사를 상징하는 역사공원으로 재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관 등을 중심으로 서울의 대표 역사공원에 걸맞게 공원 경관과 주변도로 등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노후 시설물도 전면 개선하며, 독립문 주변에 자리잡은 노후 주택지역의 건축물 17개 동을 매입, 철거한 뒤 이 공간을 독립문과 함께 공원의 일부로 꾸밀 계획이다.

일본산 논란을 빚었던 독립문 옆 칠엽수나 일본식 조경으로 조성된 독립관 앞 회양목 등도 전면 재검토해 공원의 역사 정체성을 확립할 계획이다.

서대문독립공원에는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고 문화적 연대를 목적으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내년 3월 착공한다.

서대문독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원의 전면 개선으로 서대문독립공원이 '오락거리'용 공원이 아닌,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독립운동가 등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3·1독립선언기념탑·독립문·독립관·순국선열추념탑 등 공원이 전면 개선되면, 서대문독립공원은 일종의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서 자리매김한다.

독립문역에서 독립문, 독립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역사전시관, 옥사, 망루, 사형장, 지하감옥, 순국선열추모탑, 3·1독립선언기념탑 등으로 이어지는 총 1.5km는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지로 거듭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