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묻지마 살인>사망 6명 부검…정씨 구속영장 신청

2008-10-21     제민일보

【서울=뉴시스】

서울 논현동 D 고시원에서 정모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뒤 사망한 서모씨(21) 등 6명에 대한 부검이 21일 오전 8시30분께 강남성모병원 가톨릭의과학연구원 별관 2층 부검실에서 시작됐다.

부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가톨릭의대 지역법의관과 가톨릭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등 집도의 3명의 지휘 아래 2명씩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자상(찔려서 입은 상처)이나 화재, 추락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직접적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20일 오전 8시15분께 D 고시원 3층 자신의 방에서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뛰쳐나온 피해자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민대자씨(51)의 경우 정씨를 피해 건물 3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이날 부검에 이어 2차 현장감식을 실시한 뒤 이르면 오후께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그러나 정씨가 범행 경위, 계획 시점 등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꾸는 등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범행도구 구매 경로 및 시점 등에 관한 정보도 정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확한 사건의 재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중간수사 결과에 대한 2차 브리핑도 개최한다.


<정씨의 범죄 재구성>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묻지마 살인'의 용의자로 체포된 정모씨(31)는 20일 오전 치밀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세상을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8시15분께 자신이 거주하던 D고시원 3층 B실 12호방 침대 위에 라이터용 휘발유 2통을 뿌린 후 일회용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정씨는 지난 4월부터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지내왔다.

침대에 붙은 불은 점차 확산됐고, 이내 건물 내부에는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갑작스런 연기에 놀란 사람들은 고시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고시원 3층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씨는 오전 8시20분께 대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3층 복도에서 5~6명의 사람들을 흉기로 찌른 정씨는 오전 8시30분께 곧바로 고시원 4층으로 올라가 4~5명의 사람들을 추가로 찌르는 잔인함을 보였다.

오전 8시51분께 112 신고접수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이어 오전 9시20분께 경찰은 고시원 4층 창고에 숨어있던 정씨를 붙잡았다.

정씨의 '묻지마' 범행으로 중국동포 이모씨(50·여) 등 고시원에 투숙하고 있던 여성 6명이 숨졌다. 백모씨(29) 등 7명은 순천향대학교병원과 강남성모병원 등 인근 5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한 6명 중 5명은 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으며, 중국동포 민모씨(51·여)는 정씨의 흉기와 불길을 피하기 위해 고시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머리를 다쳐 결국 추락사했다.

이날 정씨는 검은색 상의와 바지를 입고, 스키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했으며, 고글(물안경)과 함께 등산용 헤드라이트를 착용한 뒤 자욱한 검은 연기 속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정씨는 소형 가스총과 회칼 1개 과도 2개 등을 자신의 호주머니 에 소지하고 있었고, 불을 지른 라이터는 권총모양 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서 정씨는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그래서 세상이 살기 싫었다"고 진술했으며, 금전적인 문제로 정신적 압박감을 크게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고시원 임대료 1개월, 휴대폰요금 2개월 등이 연체되고 향군법 및 병역법 위반으로 내야 할 벌금이 150만원에 이르는 등 금전 문제로 세상을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준형기자 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