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시 펜을 총으로 바꿔 들 수 없다"
<기획> [국제평화 르네상스 제주] 2-1 다크 투어리즘·일본편 ⑥리츠메이칸대학 국제평화뮤지엄
| 세계에는 100곳이 넘는 평화박물관이 있다. 그 중의 절반은 일본에 있다. 일본은 평화박물관의 천국이다. 그 가운데 일본 교토시의 국제평화뮤지엄은 리츠메이칸(入命館)대학이 세계 다른 대학에 앞서 개설한 사상 최초의 대학부설 평화박물관이다. 많은 박물관은 과거의 슬픈 전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두 번 다시 그러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소원을 담아 설립됐다. 리츠메이칸대학도 전쟁의 시대에 많은 학생을 전장에 보내, 고귀한 생명을 잃게 했다. 전후에는 '두번 다시 펜을 총으로 바꿔 들 수 없다'는 절의를 담아 평화와 민주주의를 교육과 학문 이념으로 삼았고, 1992년에 이 평화뮤지엄을 개설한다. 이 박물관은 2005년에 큰 폭으로 개장한다. |
#평화를 만들기 위한 염원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할까. 국제평화뮤지엄이 모색하는 바다.
국제평화뮤지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은 평화 창조의 면에서 대학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평화창조의 주체자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의 취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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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쟁'을 주제로 한 전시장에는 일본 군대의 특징에서부터, 일본의 영토 확대, 항일운동, 오키나와전, 원폭 등 15년 전쟁의 전과정이 아주 상세히 전시돼 있다.
'공습을 받고 불 길 속을 도망치는 어머니와 아이'는 1944년 11월 이후 미군의 일본에 대한 폭격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때, 비전투원인 여성이나 아이들까지도 피해를 입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주고 있다.
싱가폴의 창이캠프에서 수용돼 여윈 연합군 포로들 사진, 1937년 12월 난징함락 축하행진을 하는 리츠메이칸 금위대 사진, 1945년 5월 31일 미군의 격렬한 공격으로 폐허가 된 슈리성 사진, 1945년 8월 6일 폭심지(爆心地)에서 2km 떨어진 히로시마시 미유카비시의 임시 구호소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피폭자들의 사진 등등.
국제평화뮤지엄은 국가(일본)가 전쟁을 왜 일으켰는지, 국민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일본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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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학생들 | ||
#가해자 일본의 진상 충실히 알려
국제평화뮤지엄 2층 평화창조 전시실. 조형물 '세계 어린이의 평화상' 앞에 섰다. 이것은 히로시마 평화세미나에 참가한 교토시 고등학생들이 미국 뉴멕시코주의 중학생, 트래비스군의 어린이 평화상을 세계 각지에 만들고 싶다는 요청에 의한 답으로 만든 것이다.
2000년부터 운동에 착수해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 완성됐다. 조형물에는 학 모형이 놓여 있다. 일본인들이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는 '종이학'모양이다. '세계 어린이의 평화상'의 염원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참관객의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이다. 하루 수백명이 이곳을 찾는 참관객 중에서도 리츠메이칸 소학생들의 발길은 끝이 없다. 리츠메이칸 재단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과 체험학습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몸소 익히며 자란다.
이곳을 찾은 리츠메이칸 소학교 학생들은 전시관람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필요한 부분은 공책에 기록을 했다. 리츠메이칸 소학교의 한 교사는 "계기교육을 통해 일본정부가 우려하는, 민감한 일본역사도 거침없이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면서 "학생들은 박물관 견학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60∼80대에 달하는 문화해설사 30여명이 교대로 이곳을 찾는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원폭의 원인과 가해국 일본의 진상을 알리는 봉사를 자처한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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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성, 세계 평화를 알리기기에 구슬땀'
국제평화뮤지엄 문화해설사 모임 ' 평화의 벗'
리츠메이칸 국제평화뮤지엄에는 '별난' 문화해설사들이 있다. '평화의벗' 모임이다.일본 교토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60∼80대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평화의벗' 회원들은 자처해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15년 전쟁의 참상과 가해국 일본의 진상, 일본저항 세력활동, 일본범죄에 대한 고발 등을 낱낱이 알리고 있다.
이들은 자국인 일본을 왜 피해국이 아닌 가해국으로 설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을까. '평화의벗' 회원인 키자키 토시오씨(72)는 "일본 자국민들의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세계 시민들과 평화를 함께 만들고 싶은 염원 때문"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80대의 여성봉사자가 땀에 절여진 채로 학생들에게 전시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 앞에서 학생들은 노트에 연필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받아적는 모습이 눈에 와 박힌다. 원폭의 피해상만을 전시하고 있는 대개의 일본 평화박물관과는 달리 원폭의 원인과 가해국 일본의 진상을 여과없이 보여주려는 늙은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일본 속의 또다른 일본을 만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