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곡선을 잘 살려야 아름다운 도시"
[사람이 자원이다] <2부> 제주의 혼을 심는다/지구온난화 전문가 된 김수종 전 주필
21세기 지구촌의 화두는 환경이다.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온난화 문제는 물론이고 개발에 있어서도 화석연료시대의 방식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는게 사실이다. 30여년간 취재 현장을 뛰었던 언론인의 경험과 전문교육 과정을 통한 지식 등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룬 환경서적을 2권이나 내면서 관련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을 만나 21세기 세계가, 제주도가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특히 지식경제시대로 대변되는 21세기 제주도가 지향해야할 개발 방향에 대해서도 고견을 들어봤다. 
"에너지문제는 순환적이지 않아 심각"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잠시 뒤로 밀린 감이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21세기 가장 심각한 국제이슈라고 생각되는데.
- 그렇다. 석유는 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면서도 부족사태로 지구촌이 에너지와 온난화라는 2가지 문제가 겹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자원은 일정한데 소비가 늘면서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획기적인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화석연료로 인한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의 금융위기는 순환적이지만 에너지 문제는 자원이기 때문에 순환적이지 못하다는데 심각함이 있다.
△온난화의 대처방안이라면.
-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고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통한 화석연료 감축 등 3가지 밖에 없다. 이산화탄소는 안정된 기체여서 바다나 식물이 흡수하지 않는 한 100년 이상 대기층에 남아 담요효과 초래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적은 양의 화석연료로 많은 일하기(Do more with less)와, 대체에너지 사용과 겨울 내의 착용 등을 통해 생활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대체에너지, 실용화까진 아직 멀어 보인다.
- 개발이 더디고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방사능 등 또 다른 위험이 있고 수력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태양열은 가장 각광 받고 있으나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대체 에너지로 대두될 것이다. 풍력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일정치 않은 게 약점이다. 그러나 한번 설치하면 오염물 배출 없이 20년 정도 사용할 수 있어 유럽에선 이미 전체 에너지의 15~20%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특히 '바람의 섬'이라는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은 화석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다. 장려해야 될 프로젝트다.
"제주도 개발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
△제주도를 저탄소 지역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는데.
- 모범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지역이다. 서울의 식자들은 제주도에 하이브리드 차를 도입, 화석연료 자동차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친(親)자전거.친대중교통시스템도 중요하다. 제주도에 자전거 도로는 많고 괜찮은데 활용도가 낮다. 통학.통근의 20%인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 관광객들의 불만 중 하나가 대중교통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정비해야 한다. 저탄소경제가 추진된다면 도민들에겐 경제적 도움을, 관광객들에겐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다.
△제주도의 개발 정책에 대한 생각은.
-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예를 든다면 지금은 전환기다. 우선 문명의 전환기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도 그렇다.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지금과 같은 화석 에너지 대량 소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또 제주도가 갖고 있는 좋은 환경적인 여건을 생각할 때 대규모 프로젝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왜 대형 프로젝트에 부정적인가.
- 대형프로젝트 유치에는 인센티브를 줘야하는데, 외지자본은 제주도 사람들의 미래보다 투입자본의 조기 회수방법을 우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은 속성상 절대 양보를 않고 틈만 있으면 요구를 한다. 즉 제주에서 '낮게' 기업하기보다 제주의 환경 위에 '높이 앉아' 개발을 하려할 것이다. 이를테면 고도나 개발제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고 유치하는 위치에선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갑을'의 위치로 보면 제주도는 허가권자이면서도 언제나 을이고 갑은 돈을 가진 투자자다. 이로 인해 제주 환경을 공존의 틀에서 잘 디자인하기보다 '더 바닷가로, 더 오름 위로' 식의 개발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고 21세기에, 21세기 교육을 받은 다음세대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제주 만들어야"
△제주도에선 두바이 모델도 많이 얘기된다.
- 왜 두바이 모델을 제주도에 갖다 놓으려 하나. 거꾸로 간다는 생각이다. 두바이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프로젝트 규모가 굉장히 크고 에너지 대량 소비형 개발이 맞을지 모르지만 제주도는 그럴 필요가 없다. 높은 한라산과 멋있는 오름, 청정하면서도 아름다운 스카이라인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지 않나. 거기에 두바이 같은 도시를 만드는 게 제주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제주도를 찾는 관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일까?
△바람직한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면.
- 제주도에 제일 중요하고 가장 보기 좋은 것은 제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있게 산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외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역내 공동체 회복 운동 등을 통해 제주도를 미래세대의 환경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먹고 살려면 개발을 해야겠지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환경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가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다.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엔 '지식노동자들이 살고, 쉬고, 놀고 싶은' 환경이 잘 보전된 지역이 오아시스가 된다. 제주도는 이런 가치를 갖고 있다. 서둘지 않아도 빛이 날 것이다.
△개발과 관련, 제주도에 곡선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 최근에 대화했던 서울시청 고위관료들이 제주도의 도로.스카이라인 파괴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관광지로서, 아름다운 도시로서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했는데 공감했다. 제주도의 생명은 곡선이다. 한라산에서 비롯되는 곡선이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제주의 도로는 직선화하고 있다. 주민들에겐 그게 편할지 모르지만 관광이나 아름다운 도시로서 외부인들에게 호감을 주기위해선 제주도가 갖고 있는 곡선을 잘 살리는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곶자왈.지하수도 아주 소중한 자원"
△정책 결정 과정의 '구성의 오류'도 지적되곤 하는데.
- 분야별 전문가 협의체 등을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문가 몇명이 역량을 총동원해서 솔루션을 만들고, 결정은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가 하는 방식이다. 선출직이 공개된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과거식이다.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집약한 솔루션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산만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하나하나는 다 좋은데 모아놓으면 개판이 되고 마는 구성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 제주도 공직자들에게 당부가 있다면.
- 제주도의 공직자들이 각종 정책은 물론 생활이나 문화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어 역할이 중요하다. 벤치마킹에선 외형만 보지 말고, 그 도시의 역사 공부 등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것인가를 잘 연구해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공기업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공부를, 영어단어나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생각하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결국은 그들의 생각이나 움직임에 따라 제주도의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추가하고 싶은 말은.
- 환경문제에 있어 스카이라인은 제주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곶자왈도 참 독특한 생태계이고 중요한 자원이다. 허물어 골프장을 만들기보다 보전을 고민해야 것이다. 그리고 삼다수가 최고 브랜드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연구자.개발자 등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아주 보수적으로 임해야할 것이다. 만에 하나 오염원이 발견되는 날 삼다수는 끝이다. 굉장히 값지고 자랑스러운 자원임에 틀림없지만 돈 생긴다고 막 퍼내다간 어떤 일이 생길지 비전문인으로서, 그러나 상식적인 생각을 해본다. 서울=김철웅 기자
# 2005년 퇴직시까지 한국일보만 30년, 기후변화 위험성 경고 책도 2권 집필
지구온난화 관련 책을 2권씩이나 내면서 전문가로 변신한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61)은 기자 출신이다. 안덕면 감산리가 고향인 그는 오현고(1966년).서울대 지리학과(1972년)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입사, 2005년12월 주필로 퇴사할 때까지 30여년간 일편단심 한국일보를 지켰다.
김 전 주필은 기자 당시 정치부 차장.한국일보 LA미주 본사 기자.뉴욕특파원과 국제부장 등 국내외를 넘다드는 폭 넓은 활동으로 지구촌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을 높였다.
특히 그는 1992년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지구 환경보전 문제를 논의한 '리우지구정상회의' 취재를 계기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눈을 뜨면서 이에 대한 칼럼과 저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2002년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개발 정상회의'에 한국NGO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03년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정리한 '0.6˚'라는 책을 내고 기후변화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 전 주필은 이 책을 통해 20세기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고작' 0.6℃ 올랐음에도 기상이변 등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이 계속될 경우 다가올 100년간은 1.4~5.8도 더 올라 21세기 인류는 기상이변이나 생태계의 혼란 등 예측할 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고위과정까지 수료한 김 전 주필은 2007년엔 중국 톈모사막 등을 현지 취재한 뒤 환경서적인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 황사에 갇힌 중국과 한국'을 최열 환경재단대표 등과 함께 내고 중국 황사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주필 등은 "황사가 심해지는 것은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이며 사막화의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와 기후변화 때문"이라며 2002년 최악의 황사를 비롯한 전 인류가 직면한 지구온난화의 대위기를 '냄비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우려하고 있다.
2000년엔 헬싱키대학 EMBA 과정도 수료한 그는 관훈클럽 감사.정통신윤리위원회 윤리위원.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희망제작소 전문위원.환경재단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와 내일신문 컬럼니스트로 글도 쓰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제주 출신 중앙 언론기관 기자는 물론 제주지역 신문 서울주재 기자들로 구성된 '한라언론인클럽' 회장을 다년간 맡아 후배들을 이끌며 고향 발전을 위한 '고민'과 화합의 장을 주도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