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후폭풍 거세다

대금결제 이유 고소·고발, 야반도주까지…연말·연초 어음결제 몰리는 등 어려움 가중
금융권 대출 꽁꽁에 사채시장까지 기웃, 기업·가계 연쇄 부도 도미노 우려 목소리

2008-12-10     고 미 기자

따뜻해진 겨울 날씨와 달리 꽁꽁 얼어붙은 경기 한파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대금결제를 두고 고소고발을 하거나 야반도주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연말 등에 어음결제가 몰린 업체들 중에는 사채업체에 손을 벌리는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0일 제주시내에서 중형매장을 운영하던 S씨(여·54)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S씨는 제주시 일도동에서 중형매장을 운영하다 2억여원이 넘는 대금결제가 어렵게 되자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금결제 여부를 둔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이 적잖은데다 아예 야반도주를 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 경기위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연말·연초 어음결제를 앞둔 업체들이 많아 이같은 사태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방업체들의 어음부도율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주지역 부도율은 지난 10월 1.04%로 지난 2001년 8월 1.25% 이후 가장 높았다.

통상적으로 어음부도율이 1%를 넘으면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뜩이나 기업 구조가 열악한 상황에 외환위기로 힘들었던 1997년 12월(0.87%)보다 사정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되는 등 기업에서 가계로 이어지는 힘든 겨울을 예고했다.

꽁꽁 얼어붙은 금융 대출과 바닥난 현금으로 어려운 상황을 견디다 못해 사채까지 끌어쓰고 있다는 소문도 이제는 새롭지 않다.

건설업계에는 어음결제는 물론 연말까지 자본금을 맞추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지 모른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체의 경우 건설업 관리지침에 따라 매년 12월 건설산업기본법의 등록기준에 정해진 자본금 평균잔액(이하 평잔)을 법인 통장에 예치한 후 기업진단을 받아야 한다.

연말까지 면허 종류별로 5억∼12억원 이상을 통장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다 올 7월 관리지침 개정으로 예치기간이 기존 최대 7일에서 30일 이상으로 크게 늘면서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부실 건설업체의 자본금의 가장납입, 일시 자금조달 등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이 지침을 지키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등 영업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은행마저 대출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수억원의 돈을 30일 이상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은 사채시장으로 가라는 말이나 같다”며 “요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힘겹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