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무승부...박지성 동점골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위기의 허정무호에 천금같은 동점골을 안기며 기어코승점 1점을 챙겨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후반 13분 자바드 네쿠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36분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1점을 챙긴 한국은 2승2무로 승점 8점이 돼 조 선두 자리를 지켜냈고,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은 북한이 승점 7점(2승1무1패)으로 2위로 뛰어올랐다. 이란과 사우디는 각각 승점 6점(1승3무)과 4점(1승1무2패)으로 그 뒤를 이었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조 2위에게까지 돌아간다.
8승5무8패라는 역대 전적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6위 한국에 두 계단 앞선 44위. 더욱이 한국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0-2 패배를 시작으로 이란 원정경기에서 1무2패를 기록, 35년간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특히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비까지 맞으며 뛰어야 하는 상황은 태극전사들에게 불리하기만 했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대구)와 정성훈(부산)을 투톱으로 세우고 박지성과 이청용(서울)에게 좌우 날개를, 김정우(성남) 기성용(서울)에게 미드필드 중앙을 맡겼다.
출발이 불안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1분만에 볼처리 미숙으로 쇼자에이에게 기습적인 슈팅을 허용한데 이어 전반 6분에는 네쿠남의 헤딩슛을 가까스로 쳐내는 등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정성훈 대신 염기훈(울산)을 투입한 전반 40분, 이청용이 골대 앞 약 40m 거리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린데 이어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자신의 강점인 왼발 슈팅을 만들어내며 이란 수비진을 당황시켰다. 골키퍼 라마티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로 연결됐을 아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상승세는 후반 13분, 김정우의 파울로 이란에 프리킥을 내주면서 꺾이고 말았다. 키커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중인 ‘이란의 간판’ 네쿠남(오사수나). 네쿠남은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정확히 골대 구석에 꽂혔다.
한국이 좀처럼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하던 후반 36분 기성용과 박지성이 동점골을 합작해냈다. 파울을 이끌어내며 프리킥 찬스를 가져온 기성용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아크 정면에서 찬 기성용의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이 골키퍼 라미티의 손을 맞고 흘러나오자 박지성이 몸을 날려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기어코 골망을 출렁였다. A매치 75경기 만에 터뜨린 박지성의 개인 통산 10호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