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기억되어야 하는가, 기념되어야 하는가"

국제평화 르네상스 2. 한국사회와 다크 투어리즘 ⑭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2009-03-02     현순실 기자
아침 9시의 승선. 부산 송도↔거제도간 여객선 '로얄페리'에 몸을 실었다. 겨울 거제도는 조용하게 손님을 맞았다. 거제도는 전날 120층의 부산 용두산 공원타워에서 바라본 부산 자갈치시장의 북적대는 분위기와 달랐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거제도. 한라봉과 표고버섯 등 팸플릿에 소개된 농수특산물을 보며 언뜻 거제도가 서귀포는 아닐까란 착각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거제도 중심부 산자락으로 거제도포로수용소가 보였다. 지금은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곳은 1953년 6월 휴전 협정 전까지 한국전쟁 포로들이 이념적 마찰로 인해 학살과 폭동이 들끓던 곳이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가는 길, 맵고 찬 기운이 몸을 휘감은 것은 단순히 겨울 탓만은 아닐 듯했다.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현장
거제도포로수용소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에 의한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부터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 '대동강 철교'  

 1951년 6월까지 인민군 포로 15만명, 중공군 포로 2만명 등 최대 17만3000명의 포로를 수용했으며, 그 중에는 300여명이 여자포로도 있었다.    
 
그러나 '반공포로'와 '친공포로'간에 유혈살상이 자주 발생했고, 1952년 5월 7일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준장이 포로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은 잔존건물 일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이곳은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들을 바탕으로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 및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게 됐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1983년 12월에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곳의 연간 관람객수는 80∼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 20%는 청소년, 나머지는 일반인, 참전용사,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봄·가을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높으나, 관련 시설들을 관리하고 있는 거제시시설관리공단측은 주로 관람객 수용에 주력하고 있고, 체험프로그램에는 아직 손들 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전쟁·평화테마파크로
거제시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부족한 주차공간과 체험·전시시설의 확충을 위해 인근 고현중학교 부지를 매입,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세계적인 전쟁·평화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지  

거제시는 중기지방재정계획(2006-2010)에 반영, 사업비 315억원을 투입해 토지(2만6551㎡)를 매입, 이곳에 전쟁생활관, 근현대생활관, 평화미래관, 세계평화연구센터, 기획전시실을 아우르는 세계평화미래관을 시설하고 있다.

또한 무기체험전시실, 무기사격체험장을 갖춘 무기사격체험관, 병영체험코스와 서바이벌게임장을 갖춘 야외병영체험코도 개발 중에 있다.

이밖에 평화조각공원, 여운의 광장 등을 갖춘 평화의 광장, 키즈빌리지, 비지터 센터, 4D 특수영상관 등을 갖춰가고 있다.

거제시는 중기지방재정계획을 통해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포로수용소 콘텐츠를 활용한 세계유일의 평화테마파크로 조성, 남해안 관광활성화 및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의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거제시는 2010년 부산-거제도간 다리를 건설하는 한편, 새로운 전시기술과 다양한 체험시설 확충함으로써 거제자연휴양림, 어촌민속전시관, 외도보타니아, 옥포대첩기념공원 등과 함께 미래 관광수요 충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공이념 만연한 곳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일반적인 공원이 아니라, 산자락 전부를 전시공간으로 조성했다. 1998년 9월에 착공해 1999년 9월에 1차 완공한 이후 2000년 5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확장공사를 했다.

거제시가 주관한 이 사업에는 총 137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의 기원, 과정, 수용된 포로들의 생활, 폭동, 귀환 등을 주제로 한 실내외에 다수의 전시관시설과 재현시설, 잔해와 유적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탱크의 구조에서 보듯, 이곳은 반공이념이 만연돼 있는 곳으로 비춰졌다.

   
  ▲ 포로수용소 상황재현물  
전쟁발발에서 휴전에 이르기까지 한국전쟁의 참전 16개국 현황, 피해현황, 전쟁속 삶의 모습 등이 재현된 전쟁역사의 교육장인 6·25역사관,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친공포로들의 폭동과 반공포로들간의 격돌장면을 재현해놓은 포로폭동체험관, 국군과 유엔군의 강력한 반격과 공세에 투항하는 북한군의 모습을 재현한 포로생활관 등등.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시설물들은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6·25전쟁과 같은 비참한 전쟁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쟁의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곳 어디서도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가 치유되는 길,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인들과 이들에 대한 학살의 기억을 더듬을 수는 없었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과 마찬가지로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전시물 관람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전쟁은 기억되어야 할까, 기념되어야 할까. 관람객들에게 전쟁의 교훈과 더불어 역사의 아픔을 돌아보고, 미래지향적인 성찰을 모색할 수 있도록 배려할 그 날은 언제면 도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