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초고층 빌딩의 그늘
<강정홍·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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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는 5월9일자 4면에 '노형 쌍둥이빌딩 본격 착수'란 제목으로 이른바 '제주드림타워' 건축이 승인됐다고 보도합니다. 2012년까지 9천억원을 투입, 지상 62층의 초고층 빌딩이 도심지 한복판에 건립된다고 합니다. 동기사는 '친절하게도' 동건물이 '관광특구인 제주도에서 층수 50층이상이거나 높이150미터이상 건축을 할 수 있는 복합건축물'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사대로라면 3,4년후면 우리고장에도 '하늘을 찌르는 빌딩'이 생기나 봅니다. 이른바 '랜드마크'운운 했으니, 그건 분명 우리의 '또 다른 명소'가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제주의 자연경관상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물론 한라산 높이에서 보면 218미터쯤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칫 '한라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제주도민의 삶의 상징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이야기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기좋은 도시가 과연 어떤 곳인가'에 관한 물음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면, 그것 역시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시문제는 인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문화적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의 도시문제는 안타깝게도 사회경제적 시각에서만 다뤄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합니다. 건물만 짓고 도로를 놓는다고 해서 모두가 도시는 아닙니다. 도시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하나의 그릇이어야 합니다.
최근들어 도시형태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전체지역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시키는 생태학적 접근 방법이 하나의 설계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적 기반은 자연적이며 지방색을 갖는 경관에서 찾아야 합니다. 전통적인 설계방식과 미학적 규범도 그 고장의 생태적 조건과 조화를 이룰 때에 한하여 그 타당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어쩌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의 질서와 그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생태학적 자세야말로 새로운 도시경관을 형성할 철학적 대안인지 모릅니다.
독불장군처럼 우뚝 선 초고층 빌딩이 지역주민의 생활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전체의 생태계형성과정과 어떻게 맞아떨어질지도 진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말 그대로 '꿈의 빌딩'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 언론이 동참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건물이 높을수록 그만큼 그늘은 넓습니다. 사람도 또한 왜소해집니다. 그것이야말로 너무나 반인간적입니다. 그것은 전통양식으로 정형화된 설계원칙과 미학적 규범으로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인간적 신념의 문제입니다.
'경제적 논리'도 사회구성의 한 축(軸)인 이상, 그것 자체로 인정돼야 합니다. 지금 우리 형편에선 어쩌면 그것이 더욱 절실한 문제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언론은 그 이면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