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실천하는 헌혈 전도사
[험한세상 다리되어] 384회 도내 최다헌혈자 진성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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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4의 헌혈로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진성협씨. 지인들과 봉사회를 결성해 나눔 활동에도 열심이다. | ||
끝없는 사랑을 전하느라, 양팔에 굳은 살이 베겨 '1초의 찡그림' 마저 무색한 도내 최다헌혈자 진성협(48)씨를 만났다. 진씨는 헌혈 생활만 26년에 384회의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 헌혈자'다.
이제는 헌혈이 일상이 된 그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진씨도 처음엔 헌혈하기를 꺼렸다. 초등학교때 주사바늘이 무서워 예방접종을 할때마다 도망다녔던 그다. 예방접종을 끝낸 친구 뒤에 숨기도 했다. 그런 그가 헌혈을 찾아 나서서 하기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1981년 7월 두꺼운 주사바늘이 진씨의 혈관을 관통했다. 첫 헌혈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였다. 친구들끼리 헌혈증서를 모아 돕는다는 얘기를 접하고 친구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도 진씨는 선뜻 헌혈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헌혈을 하면 몹쓸병에 걸린다'는 등 '헌혈 루머' 때문에 지금보다 헌혈을 꺼리는 분위기가 심했기 때문이다.
주저했던 마음도 저멀리, 그의 첫 헌혈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1번, 2번 하다보니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사바늘이 두려워 도망다녔던 유년시절의 그는 옛말이다. 헌혈의 집 간호사들에게는 인기만점 '단골 손님'이다. 그는 지난 1997년 이전까지 2개월에 한번 전혈을 하다가 지금은 2주에 1번 혈장·혈소판 등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 성분헌혈을 하려면 4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1년에 14번꼴로 헌혈을 하고 있지만 그의 수중에는 헌혈증서가 하나도 없다. 아는사람이 필요하다해서 주고, 봉사활동을 다니며 헌혈증서가 필요한 사람에게 줬다. 때로는 신문에서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물어물어 전하기도 했다.
헌혈하는 아빠를 보고 자란 두아들과 딸도 어렸을때부터 헌혈이 당연하다. 처음엔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먼저 "아빠 헌혈하러 언제가요?"라고 묻는다.
헌혈을 하다보니 '나눔'에도 눈을 떴다. 매번 헌혈하며 얼굴을 익힌 사람들끼리 만나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지난 1993년 나눔적십자봉사회를 만들었다. 현재 그는 나눔적십자봉사회회장이다.
봉사회는 매월 회의를 열고, 봉사활동을 고민한다. 1주에 한번씩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독거노인방문, 소년소녀가정봉사활동 등으로 눈코뜰새가 없다.
헌혈 활동은 기본이다. 헌혈은 주기적으로 하고, 방학기간에는 집중적으로 '헌혈 캠페인'을 벌인다.
진씨는 "방학이 되면 헌혈이 많이 부족하다"며 "부적격 사유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보다는 갖가지 이유로 헌혈을 기피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384회 최다헌혈자 진성협씨. 그는 최다헌혈자란 타이틀이 반갑지 않다. 건강해서 도울 뿐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나하나쯤이야'가 아닌 '나하나만이라도'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진씨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헌혈을 하고 싶다"며 "생명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헌혈 전도사' 진씨는 오늘도 사랑을 나누러 헌혈의 집 문을 두드린다. 오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