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피부색 넘어 꽃핀 사랑

기획/필리핀 빈민가를 가다 <1>

2009-07-27     이상민 기자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필리핀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았다.  그러나 현재 필리핀 1인당 국민소득은 1800달러로 한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렸으며, 가난을 벗어나려 매해 수천명이 원정 시집에 나선다. 지구상에서 손꼽힐 정도로 가난한 나라 대열에 낀 필리핀. 이곳에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행동하는 양심과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 봉사단 34명이 찾았다.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안티폴로시티 로릴랜드, 따이따이, 따귁 등지에서 이들의 사랑은 꽃을 피웠다.

 △ 가난이 삶

  봉사단이 지난 20일 필리핀 안티폴로시티의 쿠에스타 베르데 타운에서 지프니(필리핀 소형버스)로 한시간 정도 이동 끝에 도착한 곳은 따이따이 지역의 한 조그만 마을.

   
 
  무료급식 모습.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봉사단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경악 금치 못했다. 마을 주민들이 맨손으로 오물에 뒤덮인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악취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철이나 행여 나올지도 모르는 동전을 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쓸만한 물건이라도 발견하면 그들의 입가엔 엷은 웃음이 번진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봐도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발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상처에 짓 물렸으며, 엄마는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시커멓게 변해버린 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아 빨래를 한다. 나무판자를 덧대어 쌓은 집은 안락한 보금자리이기 보다는 오히려 위태위태스럽기만 하다. 가난은 이곳 마을 사람들에겐 삶, 그 자체였다.

 유독 눈에 띄는 점은 마을 인구 중 아이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마을 주민 약 150여명 가운데 절반이상이 아이들이다.  주한필리핀 대사관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필리핀 유아(0~9세)인구는 1936만4283명으로 전체 인구(7650만 4077명)의 약 25%에 달한다.  

성매매로 삶을 이어가는 여성이 많다보니 '원치 않는 아이'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피임이나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필리핀의 가톨릭 문화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에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운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는 고등학교 까지는 교육비가 무료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부분 생활전선에 뛰어들거나, 학용품, 교통비가 없어 교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육받을 권리는 있지만 교육 받을 기회는 없는 셈이다.   

△ 국경을 넘은 사랑

 이번 필리핀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제주시가 주최하고 동제주사회복지관과 행동하는양심공동주관으로 이뤄졌다.

   
 
  쓰레기 더미에서 고철을 줍고 있는 마을 주민들.  
 
해외봉사단 34명은 4박5일동안 필리핀 빈민가를 돌며 중·석식 지원 배식봉사, 문화교육 봉사, 이미용 봉사, 마을보수공사 및 레크리에이션 봉사활동을 펼쳤다.  

20일 봉사단은 마을 교회에 짐을 꾸리기 무섭게 봉사활동에 나섰다. 먼저 마을 곳곳을 돌아니며 홍보전단지를 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초콜릿과 사탕을 한아름 품에 안은채 손짓 발짓을 동원해 서툰영어로 봉사내용, 무료 급식장소 등을 알리는데 구슬땀을 쏳는다. 홍보를 마치자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천막이 만들어준 66㎡ 남짓한 그늘 아래 마을사람들 100여명이 모였다. 봉사단이 한달 내내 갈고 닦은 태권도, 코믹차력, 율동 솜씨를 뽐내자, 마을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박수와 해맑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공연이 끝나자 마을 교회에서는 무료급식 이뤄졌다. 배식팀 7명이 2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팔을 걷어부쳤다.

소시지 볶음, 밥, 토스트. 약소한 반찬이지만 주민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급식을 비워냈다.  선라이즈 교회 마를로 목사(40)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베풀어줬다"며 "고맙다는 말 밖에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 봉사기간 내내 무료급식 프로그램은 시간, 장비, 재료, 인원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1시간여를 줄을 서서 기다려 놓고도 급식이 바닥나 발길을 돌려야 하는 주민들을 볼때마다 봉사자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쳐내야 했다  

행동하는 양심 대표 문관식 목사는 "한국에서의 무료급식봉사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그리 어려운 점이 없지만, 필리핀은 그렇지 않다"며 "빈민 마을 현지에 급식 자재라든가 급식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인원배치와 공간 마련이 시급한 상황"라고 밝혔다.

필리핀 해외봉사 후원 문의=(02)2637-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