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 해결은 오직 배려뿐”

[험한세상 다리되어]김명수 제주가족사랑상담소 소장

2009-07-31     이상민 기자

   
 
  김명수 제주가족사랑상담소 소장은 대화를 통해 가정의 화목을 되찾은 사람들을 볼때 보람을 느낀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괴테는 '왕이든 서민이든 자기 가정에서 평화를 찾는 자가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예로부터 가정을 가장 중요시 여겼던 것은 가정은 출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보금자리요, 행복의 요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행복의 요람인 가정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제주가족사랑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담건수 2279건 가운데 약 80%가 가정폭력 등 가정불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다고 했던가. 무너져 가는 가정을 꿋꿋이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김명수 제주가족사랑상담소 소장(50·제주시 이도2동)이 그들중 한명이다.

 김 소장은 지난 1996년부터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담사를 전업으로 삼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했기에 심리학과 관련된 공부를 섭렵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 소장의 사무실 책꽂이엔 온통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심리학 전공학과가 도내에는 없어, 사비를 털어 사설교육기관의 심리학 강좌를 찾아다니며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방법들을 익혔다.

 김 소장은 "상담사는 단순히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로 끝내서는 안된다"며 "고민 속에서 그들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가정폭력의 '험한 실상'을 접하고 나자 '과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이 그녀를 엄습해왔다.

 김 소장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가정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정도로 가정폭력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했다"며 "하지만 상담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가족사랑상담소는 지난 2004년부터 '좋은 아버지들의 모임'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좋은 아버지들의 모임은 대개 아내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 남편'이 모여 자신의 행위를 교정하고 치료하는 과정으로 구성돼있다. 세간에서는 그들을 '가해자'라고 보지만 김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피해자 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가정폭력은 일방적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폭력 행위자, 받은 사람 모두가 감정싸움으로 받은 '상처'가 마음속에 깊숙히 자리한 피해자들이고 문제는 이를 서로의 탓을 돌리려는 대처방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불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첫째도, 둘째도 배려라고 말한다.

 김 소장은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이 서로가 다 해주길 원하며 그 기대치에 못 미쳤을 때 싸움으로 이어진다"며 "문제에 맞딱드릴 때 내가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서로가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김 소장은 무엇보다 가정폭력을 미연에 예방하려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정 폭력은 가정내 불화가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라며 "정기적으로 직장, 학교 등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 이뤄진다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화목하게 잘 살고 있다며 상담소를 다시 찾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김 소장. 가정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가정이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진다는 사실. 두 아이의 어머니 한 남편의 아내인 그녀가 깨달은 가장 소중한 진리다.  이상민 기자 lsm8251@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