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길 함께 가는 벗이 되고파"
[험한세상 다리되어] 강준배 사단법인 동려 평생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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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년간 동려야간학교와 함께 해온 강준배 교장은 앞으로도 배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가는 벗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 ||
강준배(54)씨는 32년을 동려에서 가난으로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들과 함께 희망의 불을 밝혀왔다. 강준배씨는 현재 동려 평생학교 교장이며, 표선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동려는 1974년 12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학생들과 도내 재학생들의 뜻을 모아 시작됐다. 당시 강준배씨의 형 강상배씨는 고교 졸업후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그곳에서 야간학교 봉사활동을 했다. 강상배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주에도 야간학교를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부산교대에 재학중이던 동생 강준배씨도 졸업후 형의 바람을 따라 제주로 왔다. 형 강상배씨는 미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동려를 떠났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다.
그러나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았다. 교실, 운동장, 교재 등 돈이 문제였다. 동려회원 교사들은 매달 500원씩의 회비를 내고 운영키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1975년 2월 제주시내 중앙로에 있는 중앙다방에서 일일다방을 열어 모금활동을 펼쳤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그해 4월 3일 개교했다.
어린 자식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부모들을 설득해서 중학교에 진학 못한 학생 50명을 모집하고, 구 오현고 빈 교실 한 칸을 빌려 수업을 시작했다.
강준배씨는 "처음 동려 야간학교를 꾸릴때만 해도 '어렵다'란 말 밖에 안나왔다"며 "학생들은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180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건물도 갖추고 38명의 선생님이 학생들을 돕고 있다. 과거에 배우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은 40대~50대 학생이 주를 이룬다. 물론 10대~20대 청소년들도 이곳을 찾는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가 감싸주지 못한 아이들이다.
강씨는 많은 학생들중에서도 학생회장 안순실(52·여)씨를 으뜸으로 꼽았다. 안순실씨는 3년전 동려 중학교에 입학한 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는 열혈 학생이다. 안씨는 암을 2번이나 겪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오직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 배움으로 삶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하루 12시간 밤낮으로 일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미소에 힘이 난다는 강준배씨. 그를 거쳐간 동려 학생만 500~600명이 넘는다.
강씨는 "교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선택한 길이었지만 교육을 공부하고, 교사활동을 하면서 교사가 '천직'이라 생각됐다"며 "명예퇴임을 해서라도 성인교육을 공부해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길을 가는 길 벗(나그네)'이란 의미를 담은 동려. 강씨는 언제까지고 배움의 길을 함께 가는 벗이 되고 싶다. 문의=752-7543. 글·사진 오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