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을 더 많이 돕고싶어"
[험한세상 다리되어]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지부 후원자 현기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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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기학씨는 장애아동 등 아픈 아이들을 위해 보호나 치료시설만이 아닌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 ||
현씨는 아픈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의 아들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다는 것.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아이 대신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게 부모의 심정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어, '아이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현씨는 안다.
그래서 그는 아픈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그저 돕고 싶은 마음 그 뿐이었다.
1999년 그의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갔다. 마음 먹은 일을 시작한 처음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10여년전 서울 CJ 제약사업부에서 근무하던 현기학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제주로 내려왔다. 아이가 아파서 제주에 자주 내려와야 했고, IMF까지 겹쳐 회사를 그만뒀다. 교사였던 부인도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무작정 내려왔던 터라 현씨는 6개월여 동안 아무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경험을 살려 약품 유통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1년은 직원도 없이 부인과 단 둘이 직접 뛰어다녔다. 1~2명 직원이 늘고, 직원들 월급을 주던 날 아픈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던 것이다. 21일은 그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날이며 직원들 월급을 주는 날이다.
현씨는 "월급쟁이 시절엔 정해진 돈에서 먹고 사느라 정신 없었다"며 "내가 주는 입장이 되니까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이제는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2명이던 직원이 4~5명이 되고 직원 수가 늘어가는 만큼 그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의 액수도 점차 불어났다. 5만원에서 시작된 후원은 10만원, 15만원, 지금은 20만원으로 늘었다.
현씨의 통장에선 돈이 빠져나가도 마음은 행복한 부자다. 이제 곧 후원금은 25만원, 30만원을 향해 갈테지만 그는 백혈병, 소아암과 싸우는 어린이들 외에도 장애 아동 등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다.
"자폐아, 장애아동 등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아픈 아이들이 많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치료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며 "능력만 되면 보호시설, 치료시설이 아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현기학씨는 희망했다.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지부에는 현재 100여명의 환자가 등록돼 있다. 이들에게는 주변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후원계좌=농협 901022-56-015680(홍만기 새생명 후원회), 문의=702-0766. 글·사진 오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