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기 위해 달려갑니다"

[험한세상 다리되어] 고길성 한전KPS㈜제주사업소 한마음봉사단 공동단장

2009-09-18     오경희 기자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고길성씨는 “봉사활동에는 끝이 없다”고 말한다.  
 
  "도와주세요."

 장애인 가정에 화재가 나서 전기 공사가 필요하다는 전화였다.

 평일·휴일 구분없이 고길성씨(46)의 휴대폰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고 씨는 한전KPS㈜제주사업소 한마음봉사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1989년 한전KPS㈜제주사업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한마음봉사단은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저 가진 것을 나누자는 마음을 가진 98명이 모여 만든지 올해로 20년. 9월 현재 그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12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고 씨도 그들중 한 명이다.

 고 씨는 지난 1990년부터 한마음봉사단에 가입,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 유독 그의 주변에는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의 권유로 한마음봉사단의 문을 두드렸다.

 첫 봉사활동으로 그가 찾은 곳은 혜정원. 그 곳에서 지체장애와 간질을 앓는 어린이를 만났다. 아이도, 고 씨도 서로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했다. 그는 그 아이를 잊을 수 없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은 노후된 전기 시설을 교체하고, 보수가 필요한 시설물을 고쳐주는 일이다. 별 것 아닌일 같지만 기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정이 고 씨가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각별한 애정을 쏟는 곳은 모자원. 그와 봉사단 식구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힘이 필요한 일들을 해주고 있다. 1년에 한번은 소록도 시설 점검 및 수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매월 돈을 모아 후원이 필요한 곳에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협의회,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회관, 요양원 등의 사회복지시설기관에서는 유독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 도움이 필요하면 상시적으로 10명의 봉사단을 꾸려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도우러 다닌다.

 지난달에는 가파초등학교로부터 편지 한 통이 왔다. 도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찾아와 낡은 시설을 교체하고, 시설 점검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래서 그는 틈나는 대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그들을 찾아간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행복을 나누기 위해 늘 달려간다. 차가 필요하면 차를 가지고, 생필품이 필요하면 생필품을 들고 찾아간다.

 "3~4년전이었던 것 같다. 정신요양원 친구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 물었더니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차를 빌려서 바다로 갔다.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이 많아 힘들었다. 하지만 바다를 보며 해맑은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고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그는 할 줄 아는 게, 가진 게 기술이어서 그 것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능한,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주고 싶었다.

 고 씨 뿐만이 아니다. 한마음봉사단 식구이자 동료들 또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마음'이라는 테두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공을 한마음봉사단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일은 끝을 봐야 한다"며 "일을 그만두는 날에도 봉사활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