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볼래?” “그래, 넌 할 수 있어”
<7>서울시대안교육센터 도시형대안학교-징검다리 프로젝트
찾아가는 '맞춤형' 대안 프로그램 시도
전문가 초빙 학교밖청소년과 관계맺기
"끝까지 남아 지역을 이끌 자원"접근해야
올해 17살 A는 ‘무직’ 청소년이다.
일에 쫓겨 자주 얼굴을 대하지 못하는 부모님 대신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느 순간 학교 밖에 있었다고 했다.
돌아가려는 노력도 해봤지만 학교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게임에 술이며 담배, 가출, 심지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까지. 후회를 하면서도 멈출 수는 없었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만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A는 “가족들조차 낙오자 취급을 하고 내 얘기는 들어주지 않는다”며 “다시 공부도 하고 싶고 제대로 사회생활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 희망을 위한 ‘관계 맺기’
학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학교와는 너무 멀어져 이제는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거기에 가속화되고 있다.
대안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밖 청소년 10명 중 7~8명은 아무런 목표 없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도시형대안학교가 시도하고 있는 ‘징검다리’프로젝트는 학교밖 청소년을 찾아가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학교밖 청소년들이 자기 미래를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취지를 두고 거점공간과 학습과정을 운영한다.
징검다리 거점공간은 학습과 진로 상담·맞춤형 멘토링·청소년 창업·개별 프로젝트·인턴십 등을 상설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학교밖 청소년 자립교육센터’다. 대안학교에 다니다가 그만 뒀다거나 대안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또는 가정상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두거나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고민하는 등 다양한 상황의 청소년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시 노원구와 관악구에 각각 ‘틔움’ ‘몽담몽담’을 개설, 개인별 특성에 맞춰 학습상담과 설계를 해주고 있다.
6월부터 시작된 징검다리학습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배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함께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연극놀이·자전거하이킹·악기배우기·자전적 글쓰기 등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학교밖 청소년들과 ‘관계’를 맺어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2~3시간만 참여하면 되는 단기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오래 앉아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데서 참여도도, 만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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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사회적기업브라스통과 함께하는 나란히센터-관악기배우기 | ||
#성공은 미지수, 그러나 꼭 필요한…
아직 시작단계인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또 이런 교육이 과연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일까 하는 곱지 않은 눈길도 있다.
중요한 것은 10여년을 곯을 만큼 곯은 학교밖 청소년 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데 있다.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 사회의 그늘로 숨어드는 청소년들에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배울 수 있는 실험적이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는 아이들, 학업을 포기하는 전체 학생의 1%를 위한 사업도 드물지만 대부분 1회성이거나 일시적으로 운영되면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필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징검다리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흔들이는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지역 활동가가 풍성했다는 점이다.
징검다리 학습 프로그램에는 도시형 대안학교 외에도 예비사회적기업 ‘브라스통’과 노원교육지원센터 ‘나란히’, 방배유스센터 위기청소년 쉼터 ‘청소년 누리’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아이들의 학습 포기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나타난다. 5학년부터는 학습 과정이 어려워서 따라가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학교 부적응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청소년기(사춘기)로 넘어가는 시기로 자존감이 확립되기도 하고 가치관이 정립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지만 대부분 ‘이유없는 반항’쯤으로 치부하면서 문제 해결 시기를 놓치게 된다.
많은 수의 학교밖 청소년이 남학생이지만 이들을 케어 할 교사 집단의 여성비율이 높다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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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워크숍 | ||
# 아직 꿈은 남아 있다
징검다리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이제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와 청소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청소년동반자의 소개로 징검다리 거점공간을 알게 된 김*훈군(17·서울시 노원구)은 지금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인턴십을 준비하고 공교육학교로 돌아갈지, 대안학교를 선택할지 아니면 검정고시를 통해 직업 세계에 뛰어들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김 군에게서 학교를 그만두고 8개월 동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던 ‘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우소현 팀장은 "노원이나 관악지구 모두 지역에서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문제아라는 편견 대신 끝까지 지역에 남아 사회를 이끌 동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