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관심과 긍정의 힘으로

<8>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 두드림 프로그램

2009-10-18     고 미 기자

 

“살아가는 법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아쉬움

사회적 편견 대신 자립 위한 기회 제공이 중요해

‘학교 재적응’등 효과도…지역사회 협조 등 필요

 

 

 

# “넌 정말 괜찮아” 참 좋은 말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이 좋더라구요. 굳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또 내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힘이 됩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상담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민솔이(여·19)를 만났다. ‘이제 두달만 있으면 10대가 끝난다’는 민솔이는 1년여 전 만났을 때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도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운영한 두드림 프로그램 1기 수료식에서만 해도 어두운 색깔의 옷에 얼굴을 반쯤가린 뿔테 안경, 침울한 표정으로 구석을 지키던 민솔이었다. ‘앞으로’에 대한 확실한 목표와 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에선 당당함까지 배어났다.

인턴십을 통해 대기업 계열 자동차정비소에서 일을 배우다 두 달 전부터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민솔이는 “또 다른 내 길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운 것과 연계해 나만의 사업아이템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나와 ‘내 밥그릇은 내가 찾겠다’는 생각에 가출을 하고 거리를 떠돌았던 어제는 이제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됐다. 민솔이는 “누군가 ‘이제 돌아와도 괜찮다’라고 말만 해줬어도 방황을 덜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연히 두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고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게 되고는 ‘6개월 만이라도 먼저 알았으면…’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6개월이면 자격증을 하나 더 따서 이력서를 채울 수도 있고, 그만큼 기회도 많아진다는 걸 알았다”는 말에는 10대의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다.

인턴십 과정도 쉽지 않았다. 남자들에게도 힘든 일인데다 일에 얽매인다는 경험조차 생소했다. 민솔이는 “처음 한 달은 이 나이에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하고 고민도 많았다”며 “하지만 그 후부터는 스스로 시간관리라는 것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혹시나 예전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날까 두드림 프로그램을 통한 도내 첫 인턴십 진행 사례라는 것 까지 극구 숨겼었다. 한 주 스케줄을 짜고 생활해보니 한 달 스케줄도 잡을 수 있게 됐고 앞으로 1~2년 후까지 내다보게 됐다.

   
 
  ▲ 이제 두달 뒤면 10대가 끝난다는 민솔이의 손은 또래 여성 청소년들과 달리 기름때와 굳은살이 배겨있다. 내일을 위한 지금의 어려움은 이제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있는 민솔이의 손은 또래와는 확연히 다르다. 바짝 자른 손톱에 손가락 여기저기에 굳은살과 기름때가 배겨있다.

아직은 얼굴까지 공개하기는 싫다는 민솔이었지만 취재에 응한 이유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와서 다시 주변을 보니 예전의 나 같은 아이들이 많고 또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이런 내용이 신문에 실리면 조금만 빨리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후회를 반복하지 않게 어른들이 많이 도와주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Do Dream’ 그리고

   
 
  ▲ 두드림프로그램 중  
 
센터가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지원으로 두드림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지난해는 시범 사업으로 3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는 제주도의 지원 등으로 1단계 동기 부여 사업만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첫 시범 사업에서 1단계 동기 부여 프로그램에 39명이 참가했고, 2단계 직업체험 20명, 3단계 취업 및 검정고시 등 진로 확정 9명의 성과를 냈던데 반해 올해는 직업체험에 89명이 참가했고 현재 3단계 과정까지 이른 사례만 39명이 된다.

한해 500~600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큰 숫자는 아니지만 학교밖 청소년 10명을 발굴해도 정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1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 진행에 있어 학교밖 청소년을 발굴하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다. 학교와 교육청 등 교육기관에서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학교를 나선 이후부터는 관리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호관찰소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달라진 점도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자녀의 고민을 풀러 센터를 찾은 부모를 설득해 프로그램으로 유도하는 사례도 있고, 일부 학교에서 ‘학교 부적응’상태의 학생을 연결해 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경우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보다 긍정적이다.

 

 

 

#상설 공간·전문 인력 확보, 지역 사회 협조 절실

   
 
  ▲ 두드림 프로그램 중 직업체험-네일아트  
 
이런 변화는 그러나 한계가 있다. 센터 내에서 두드림 프로그램 전담 인원은 1명 뿐이다. 보조 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인 사례 및 사후관리가 필요한 특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상설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내년 두드림존 설치 사업 지원을 해놓은 상태지만 지자체 부담(30%)이며 건물 임대 등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2단계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위한 자원도 부족한 상태다.

장정임 자활연수팀 두드림 담당은 “조그만 관심과 기회 제공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뀔 여력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사회적 관점은 지극히 보수적”이라며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