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지키는 사람들 10. 김남흥 제주돌하르방공원 대표

2009-10-18     현순실 기자

 돌하르방들이 쏟아지고 있다. 관광상품으로, 문화상품으로, 박물관 마스코트로. 심지어 하르방이 윙크하며 나는 시대('제주에어' 로고)다. 이'아류들'에게도 분명 전통의 맥은 흐른다. 제주도 문화유산(제주도민속자료 제2호)으로 지정된 돌하르방 48기가 바로 그렇다. 그 중 제주성에 위치해 있던 돌하르방 24기는 1960년대를 전후해 소리도 명분도 없이 실려(?)갔다.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제주대학교로, 제주공항공사로, 제주시청으로, 삼성혈 등지로. 제주 돌하르방의 신세가 이만저만 애처롭지 않다. 김남흥 대표(43)가 돌하르방공원을 조성하게 된 사연이 여기에 있다. 그는 10년째 사라져가는 제주의 원형인 돌하르방을 재현해 제주의 원시성과 건강성, 향토성과 예술성을 불어놓고 있다. 

#제주원형을 찾아서

   
 
  김남흥 돌하르방공원 대표  
 
"도내·외에 흩어져 있는 돌하르방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 10년 전이다. 김남흥 대표는 젊은 작가들과 돌하르방공원 부지에 정착해 돌하르방에 관한 자료조사와 실측을 통해 돌하르방 48기를 재현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꿈은 오직 하나, 제주의 대표상징인 돌하르방을 모아 미학적, 학술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귀중한 제주문화유산을 오랫동안 보존해 후손들이 청소년학습장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돌하르방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돌하르방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난색을 보였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원형인 돌하르방을 재현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제주의 원시성과 건강성을 담은 문화운동으로 행하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초기 공원 조성당시를 회고하며 웃었다.

김 대표와 작가들은 전통 돌하르방을 그대로 재현한 48기와 함께 돌하르방을 평화·예술·자연성으로 녹여낸 창작품 100여점을 공원 곳곳에 '잠복하듯' 전시해놓고 있다.

돌하르방공원의 돌하르방들은 근엄, 권력, 거인의 위용 따위 '가면'을 벗은 지 오래다. 돌하르방의 손엔 장검대신 꽃이 들려있고, 부릅뜨던 눈은 어느새 윙크를 한다. 심지어 돌하르방이 팔을 들어올려  "여러분 사랑해요'라는 뜻의 하트모양도 연출하고 있다.

약 1만6500㎡(5000여평)에 달하는 공원부지에는 돌하르방 작품들과 함께 산책공간, 연못, 돌담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인근 너븐숭이4·3공원이 4·3진실을 알리는 교육장이라면, 돌하르방공원은 마음의 평화와 치유를 위한 명상터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작가들과 힘을 모아 제주다운 공원, 평화와 자연과 예술을 엮고, 돌하르방공원이 위치해 있는 제주시 북촌마을의 역사성과 문화적 잠재력을 함께 살려내는데 혼신을 힘을 쏟고 있다.

#'제주다움'의 미학을 견인하다

   
 
  돌하르방공원 상징물의 하나인 '포옹하는 돌하르방'  
 
김남흥 대표가 돌하르방을 조성한 데에는 또다른 속뜻이 있다. 이곳을 평화가 넘치고,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주도가 평화의 섬을 선언했지만, 이를 홍보할만한 문화상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평화를 놓고 학자나 정치가들의 해석도 분분하다. 저는 문화예술 활동가로서 문화자산으로, 자연으로, 예술로 버무려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물론 김 대표에겐 공원 조성 초기 보이지 않는 실체인 평화를 어떻게 내방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를 놓고 고민이 컸다. 그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돌하르방 지물에 꽃을 들고 있는 형상이 접하게 됐다. 그는 순간 손뼉을 쳤다.  '꽃을 든 돌하르방' 를 통해 평화를 보게 된 것이다. 그는 "꽃을 든 돌하르방을 보면서 내 마음에 기쁨과 행복이 넘치고, 불안감이 해소되었다. 평화가 내게 온 것이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때를 계기로 돌하르방공원에는 '꽃을 든 돌하르방'과 함께 제주국제관악제를 연상하며 제작한 '돌하르방 음악대', 초대형 돌하르방 형상의 '평화의 전도사', '포옹하는 돌하르방' 등 잇따라 아이디어 상품이 공개된다.

김 대표는 공원에다 돌하르방 전시물로만 채우지 않았다. 전시물만으로 평화를 드러내는데 한계를 느낀 탓이다. 그래서 공원 곳곳의 편의시설이나 쉼터, 명상터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한데 동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내방객이 지나는 산책길이 필요하다면 나무, 자연식생이 없는 곳으로 길을 내고, 나머지는 자연을 존속시킨다는 방침이 한 사례다.

김 대표의 돌하르방공원은 아직 미완인 채다. 돌하르방공원이 완성되기 까지 앞으로 5년이 걸릴 지, 10년이 걸릴 지 그 역시 모른다. 다만 돌하르방공원이 성공궤도에 들어선 이후 연중공연무대캘린더를 만들어 1년내내 공연무대가 열리게 하는 것, 인문주의가 살아숨쉬는 문화센터 설립이 그의 꿈이다.

문화예술 활동가로서, 돌하르방공원 견인자로서 그는 '다움'의 철학을 우직스럽게 지켜내고  있다. 그는 '농촌다움''올레길다움'이 있듯이 '제주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주가 관광지가 되면서 그 '다움'이 삭삭 지워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농촌은 개량화, 준도시화되고, 아름답던 올레길은 아스팔트길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김 대표는 "제주관광 30년을 눈 앞에 둔 지금이야말로 제주는 '다움'을 찾아야 한다. 올레길다움, 제주다움, 농촌다움 처럼 '다움'을 되새겨야 한다. '다움'에 관한 정체성 찾기와 함께 어떻게 '옷'을 입히는 가를 고민하다보면 제주관광은 100년 200년이 흘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