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힘든 몸과 마음 치료”
[험한세상 다리되어] 아동가족심리센터 뫔사랑 고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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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강호 소장은 문제가 있을 때 주변의 시선 때문에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 ||
놀이·미술·드라마치료 시행
“마음의 고통은 함께 나눠야”
재훈(가명·18)이의 표정에는 항상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재훈이는 신경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치료조차 힘들었다. 신경이 자라서 혹처럼 커지는 병은 재훈이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점점 자신을 가둬두게 만들었다.
그런 재훈이가 고강호 소장(46)을 만난건 지난 2007년 한 방송사의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아동가족심리치료센터를 운영, 도내에서 유일하게 '사이코드라마' 치료를 하고 있는 고 소장은 재훈이와 두 달 가까이 만나면서 치료를 진행했다. 재훈이는 치료 기간동안 집이 가난해 치료도 못하고, 방안에만 갇혀 지냈던 '외로움'을 토해냈다. 2년후 다시 만난 재훈이는 한층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 소장은 그렇게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몸과 마음을 치료한다는 뜻에서 지난 2005년 제주시 이도2동에 문을 연 뫔사람은 아동, 청소년, 성인, 가족 등을 대상으로 놀이치료, 미술치료, 드라마치료 등을 하고 있다.
특히 고 소장은 드라마치료, '사이코드라마' 치료로(역할극) 직장에서 상사의 무시에 억눌린 분노,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고통, 남편의 폭력으로 받은 상처 등을 치유한다.
그는 "말은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워 쌓인 감정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드라마치료를 하다보면 마음의 상처가 곪았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그 역시 유년시절 유난히 고민이 많았다. 사춘기때 겪은 상처로 늘 혼자 생각하고 주변엔 친구도 없었다. 그는 막연히 세월이 흐르는대로 지내다 군대를 다녀왔고, 우연히 제대 후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상담을 받게 됐다. 상담을 받은 후 그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어두웠던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고, '상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석·박사까지 수료하게 됐고,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주변에서는 "밥은 먹고 살겠냐"며 말렸지만 그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고 소장은 "상담을 하면서 내가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때문에 고 씨를 만난 사람들 대개는 "큰 짐을 내려놓고" 간다는 말을 한다.
가정 폭력 피해자였던 한 40대 여성은 드라마치료를 받고 나서 가슴 속 돌덩이를 내려 놓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임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 정신병원하면 '미친' 사람이 가는 곳을 떠올리고, 상담을 받는 것 또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고 소장은 "힘들어도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며 "혼자 고민하기 보다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바람이 있다면 "드라마치료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희망했다.
